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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입」 「점거」 왜 또 일어났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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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입」 「점거」 왜 또 일어났나(사설)

입력
1992.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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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고개를 숙였던 시위대의 관청 점거소동이 또 빚어졌다. 지난 9일 전국 농민회 총회 소속 회원과 대학생 등 2백여명이 과천 정부 제2청사의 부총리실 등 일부 청사에 난입,기물을 부수고 점거·농성을 벌였다고 한다. 경찰이 투입돼 두시간만에 검거·농사자들이 강제해산되고 46명이 연행돼 정부청사의 마비사태는 풀렸지만,우리는 왜 이런 일이 또 일어났는지 우선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시위자들은 정부가 제출한 5% 인상 추곡수매 동의안이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는 이유로 15% 인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같은 요구가 나오게 된 농어민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충분한 이해를 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법질서가 엄연히 살아있는 민주국가에서 공무와 질서의 상징이라고 할 관청을 점거하고 나라경제를 책임맡은 부총리의 집무실까지 난입하는 사태는 무슨 이유로든 용납될 수가 없는 일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도 모두가 냉철히 생각해야 한다. 권위정치 시절에는 권력의 강압때문에 정당한 의사를 표출할 길이 원천봉쇄됐었기에 일부 법을 무시한 시위나 과격행동이 국민들간에 묵인되기도 했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규탄이나 6·29를 부른 6·10 시위 때가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나라의 질서나 권위가 너무 없어서도 안되겠다는 현실을 국민들 스스로가 절감하고 있으며,사회안정과 법질서 회복을 갈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때이다. 권위정권에 억눌렸던 구호나 욕구들이 한 때 어지럽게 분출되었지만 그런 방식이 결코 해결책이 못됨을 자각하기에 이른 시점인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지금은 대통령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눈앞에 둔 민감한 때이기도 하다. 사상 초유의 중립선거내각까지 탄생,그동안 축적된 우리의 민주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해 공명선거와 민주정치의 토착화를 기필코 이뤄내야 할 중요한 고비인 것이다. 이럴때 일수록 정부는 흔들림없는 자세로 국정운용과 법질서 유지라는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국민들도 과도한 욕구분출을 자제,법질서를 지키면서 대선에서의 현명한 선택과 함께 모두가 힘을 모아 경제난국을 헤쳐나갈 역량을 모을 수 있는 안정된 분위기를 조성할 의무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이런 때를 틈타 오히려 난동을 불사했고,정부마저 난동을 미리 설득하거나 막는데 두루 무력하기만 했으니 기가 찰 노릇인 것이다.

중립내각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새삼 당국에 묻고 싶다. 국민들의 주문은 정치눈치 보지말고 소신대로 정직한 행정을 펴고 뼈대있게 법질서를 잡아달라는 것이다. 이런 난동하나 미리 막지 못해서는 참으로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도 고질적인 관권개입에 역사적인 쐐기를 박차고 중립내각을 탄생케 했으면 최소한의 법질서라도 지키며 도와야 마땅한게 아닌가.

물론 정치권에도 책임이 있다. 표를 얻기에만 급급,현실성없는 공약을 남발하고 소외계층을 진정으로 대변하려기보다 오히려 부추겨 반사이익이나 얻으려하고 있지 않은지도 반성해야 한다. 실현 가능한 대안제시나 협상­타결의 정치정도는 팽개친채 억지와 선동정치에 앞장서고 있어 오늘의 사회불안정과 정치부재를 정치권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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