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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내홍분위기 팽배/대선 패배후 반목 골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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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내홍분위기 팽배/대선 패배후 반목 골 깊어져

입력
1992.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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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챙기기 급급한 참모진들 “서로 네탓”/부시 만류불구 더 악화【워싱턴=정일화특파원】 부시 대통령이 지난 4년간 이끌어온 백악관팀들은 벌써 짐을 싸기에 바쁘다.

부시 대통령은 6일 로즈가든에 백악관 식구들을 불러 모아놓고 『지난 4년간 나를 도와 이 나라를 섬기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해준데 대해 감사한다』라는 요지의 감격어린 연설을 했다. 이어 7일에는 백악관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산장에서 라디오방송 연설을 통해 『역사는 내 재임기간을 좀더 친절하게 평가해 줄 것』이라는 고별사를 했다.

백악관은 썰렁하다. 참모들은 떠날 준비에 바쁠 뿐이다. 부시 행정부는 4년전 정권 인수팀의 부책임자로 일했던 앤드루 카드 교통부장관을 정권 인계팀장으로 임명했는데 카드 장관은 클린턴 대통령 당선자의 정권 인수팀장인 버논 조던에게 자문을 해주고 있다.

보브 게이츠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93년 1월중으로 정보국장직을 그만두겠다고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 자신은 운동경기에서 패배한 선수처럼 깨끗이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모든 것을 툭툭 털고 백악관을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그는 12년간 지켜온 공화당 정권을 어이없이 내주고 떠난다는데서 누구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는가와,어떻게 공화당을 다시 재건할 것인가에 대해 상당히 심각한 질문을 남겨놓고 있다.

포린 프레스센터를 드나드는 내외신 기자들중에는 부시에게 똑똑한 참모가 없어 결국 패배했다는 분석을 내리는 사람이 많다. 부시 인기가 내려갈 때 이를 재빨리 분석해 부시에게 『당신이 뭔가 잘못돼간다』고 경고하고 그 대책을 숙의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고집이 세다』는 이유로 쫓겨난 존 수누누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계속 백악관을 지켰더라면 아마 안일주의 보수파들을 치고 뭔가 새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인물들을 발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줏대가 약하고 특히 부시 대통령 앞에서는 그에 거슬릴 말은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던 샘 스킨너 같은 이를 비서실장으로 앉혀 중요한 시기를 허송했고,뒤늦게 베이커 국무장관이 비서실장으로 왔으나 이미 부시의 인기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클린턴에게 뒤지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선거 패배이후 백악관 참모들이 잘못했다느니,선거본부 참모들이 실기했다느니 하는 등의 손가락질 분위기가 공화당 내부에 자욱하게 깔렸었다.

이란 콘트라사건 조사를 위해 레이건 행정부에 의해 임명된 특별검사 로렌스 월시가 결정적으로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는 부시 후보의 인기가 클린턴을 거의 1∼2% 포인트차로 따라잡고 있고,그런 추세라면 역전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던 시기에 『부시가 이란 콘트라사건에 개입된 결정적 단서가 나왔다』는 정보를 흘렸던 것이다.

선거를 5일 앞둔 「운명의 금요일」(10월30일) 월시는 와인버거 전 국방장관을 이란 콘트라사건 개입 혐의로 기소했는데 기소문 내용은 부시가 이 사건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인질과 무기를 맞바꾸는 일에 동의했다는 증거가 와인버거 메모에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부시의 인기상승세는 곧 주저 앉았다. 기소가 발표되기 하루전날 클린턴 선거본부측은 지지 신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수소폭탄이 터질 것이다』라고 예고해 이 기소가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는 강력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보브 돌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8일 『월시 검사가 의심받을 충분한 여지가 있다』면서 그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7일 라디오 연설에서 『선거에 패배한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누구를 손가락질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손가락질은 부시 자신을 위한 것이기 보다는 공화당의 생존 자체를 위해서이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패배는 본질적으로 그가 선거에서 싸워야 할 적개념을 잘못 파악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싸움을 해야 했던 적은 경제침체였다. 그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라는 여론을 못들은체 하거나 『기다리면 잘될 것』이라는 말로만 얼버무려 왔다. 그리고 그가 맞서 싸울 상대방 후보들을 「난쟁이들」로 가볍게 보아 넘겼다.

종반전에는 클린턴에 대해 『군대도 기피하고 혼외정사까지 한 인격을 의심할 사람』이라고 외쳤지만 그것만으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만일 클린턴 정부가 경기침체를 건지는 등 유권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게 된다면 공화당의 침체는 더욱 가속화될 것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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