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깨고 전면에서 진두지휘빌 클린턴 미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처방을 마련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오직 한명뿐」이라면서 행동을 극력 자제해온 클린턴이 재계 지도자와 경제전문가 등과의 회동을 통해 병든 경제에 대한 치유책마련 작업을 공식화하기 시작한 것은 다소 의외로 비치고 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당선자는 전임 대통령의 「레임 덕 현상」을 최소화하고 행정권력의 공동화 현상을 방지하며 순조로운 정권이양을 위해 정권 인수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은 뒷전에 물러나 있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클린턴이 관례를 깨고 전면에 나선 것은 그를 둘러싸고 있는 내외 환경이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유럽공동체(EC)간의 무역전쟁 조짐에서 보듯,미국의 대외 통상정책이 클린턴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사소한」 오일시드 문제로 발생한 이번 무역분쟁은 우루과이라운드(UR)의 운명이 걸려있는 만큼 쉽사리 전운이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클린턴은 취임직후 부터 부시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아 무역전쟁을 치러야만 할 처지이다.
클린턴은 재계 지도자와 다양한 경제 전문가그룹 등과 연쇄회동을 갖고 「클린터 노믹스」의 이론적 타당성과 현실 적응력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클린터 노믹스와 경제현실간에 나타날 수 있는 괴리를 최소화하고 클린턴의 경제공약을 항목별로 구체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클린턴은 당선 연설에서 경제문제에 「레이저 광선」처럼 빠른 대안을 내놓을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취임후 가동될 1백일 계획에서 획기적인 방안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다른 역대 대통령 당선자보다 행보를 빨리 할 필요가 있다.
클린턴이 역대 대통령 당선자와 달리 행정각료중에서 재무장관과 예산 실장 등 경제관련 책임자들을 제일 먼저 임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클린턴 진영내의 불협화음도 그를 전면에 나서게 한 주요 이유로 꼽힌다.
클린턴은 버논 조던 정권 인수위원회 위원장과 워런 크리스토퍼 사무국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홍역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둘러싼 세 부류의 인맥,즉 민주당 중진과 30·40대 신진세력,그리고 측근 FOB(「빌 클린턴의 친구들」의 약자) 인맥이 치열한 삼색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특히 재무장관과 예산실장 등 경제 핵심포스트를 둘러싼 다툼이 치열하다. 카터 및 존슨 행정부 시절 중간 경제관리였던 민주당 중진은 실무경험을 내세워 책임자 자리를 요구하고 있고 FOB의 로버트 라이히 하버드대 교수 등은 클린터노믹스 입안자로서 정책집행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이에 맞서고 있다.
클린턴은 이러한 상황에서 광범위한 경제관련 인사층과 접촉함으로써 적정한 인선 아이디어를 얻으려하고 있다.
클린턴은 부시 대통령의 경제 실정을 집중 공략해 승리를 따낸 만큼 경제처방을 내놓기 위한 준비작업부터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이진희기자>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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