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격감” 올 백60곳 휴·폐업/2만6천여명 실직… 체임도 3백60억/은행서도 대출 기피… 지역경제 공동화 우려신발왕국이 붕괴되고 있다. 세계 최정상의 기술과 품질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너무나 힘없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국내산업의 공동화와 대량 실업사태,지역경제 위축 등 각종 부작용이 뒤따르면서 신발과 같은 운명에 있는 제2,제3의 산업 몰락도 우려되고 있다. 국내 신발산업의 메카인 부산 현지취재를 통해 그 실태와 원인을 알아보고 대책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이젠,주문이 들어와도 걱정입니다. 받아야 할지,거절해야 할지 정말 어렵습니다. 잘못 받았다간 돈 떼이기 십상이고 안 받자니 회사를 놀릴 판이고. 다들 하루하루 운영자금 메우기도 숨이 차거든예. 하여간 이러다간 우리 신발산업이 죽고,부산이 죽습니더』
직원 1백여명으로 부산 북구 모라동에서 신발밑창 제조업체인 은성산업을 9년째 운영하고 있는 서윤석사장(56). 올들어 7번 돈을 떼였다. 거래한 회사가 부도가 나서다. 피해액은 8억 정도다.
지난 10월말까지 부품업체를 포함해 1백60여개 신발회사가 휴업 또는 폐업했다. 대부분 부산의 신발업체들이다. 이중에는 (주)삼화,(주)성화 등 내로라는 신발전문 완제품업들이 포함돼 있다. 직접적인 이유는 수출격감이다. 신발은 전형적인 수출의존 상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내수대 수출의 비중은 7대 3 정도다. 국내 5대 수출산업이다.
특히 부산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신발수출은 약 38억4천만달러. 이중 80%에 해당하는 31억달러를 부산지역에서 수출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가죽운동화 10켤레 가운데 4켤레는 부산에서 만든 것이다. 공장수는 5백99개로 전국의 신발공장중 84%가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 부산지역 수출액의 42%를 차지한다. 지난 10월중 부산지역 신발제조업계에서 96건에 약 22억9천만원의 부도가 발생했다. 그러나 간접적인 피해까지 합치면 액수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현지 업계에서는 (주)성화의 부도액은 49억원이지만 실제 피해액은 2천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관련업체가 1백여개나 돼서다. 은행 관계자들은 『자금여유는 있지만 신발업체는 곤란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부산지점의 송태복조사역은 『10월중 부산지역 어음부도율은 0.71%에 달해 80년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긴급 운전자금을 선별적으로라도 방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신발산업의 붕괴로 지역경제가 공동화되고 있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신발공장이 밀집해있던 사상 공단에서 이제는 신발회사를 찾기 힘들 정도. 신발업계의 잇단 도산은 사회문제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신발업을 대신해 그에 상응하는 고용효과와 생산효과를 거둘 업종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월말 현재 2만6천여명의 신발관련 종사자들이 실직했다. 특히 신발업계의 잇단 도산으로 체임이 급증,3백60여억원의 밀린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실직한 신발근로자가 투신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내년 수출전망까지 불투명한 상태다. 단지 클린턴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국내 신발업계에 유리한 쪽으로 정책을 펴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을 뿐이다. 국제상사의 이왕우부장은 『임금상승 등 미국의 경기부진 등 외부적 요인이 겹쳐 최악의 상황이 됐다』며 『이제 경영효율을 높여 생산성을 제고하는 길 밖에 없다』고 말한다.<부산=김경철기자>부산=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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