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천∼2만불 제시/정상수단으론 불가능/“인플레·환율조작은 위험 천만한 발상”연말 대선을 앞두고 민자·민주·국민 등 각 정당은 앞다투어 장밋빛이 찬란한 경제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종전에 비해 유난히 경제분야 공약 나열이 많아 일견 민생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정치발전의 성숙한면 모여서 퍽 다행스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제시된 경제관련 공약 가운데 상당수가 실현 가능성이나 논리적 타당성이야 어떻든 일단 내걸어 인기나 얻고 보자는 식의 발상으로 밖에는 해석할 수 없는 내용이 많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각 당이 내건 경제관련 공약의 실체는 무엇이며 과연 우리 경제의 여건이나 실정상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가. 각당의 경제공약을 분야별로 나눠 그 허와 실,또 그같은 공약을 액면 그대로 실현하는데 따른 부담과 파급영향 등을 하나하나 따져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일반적으로 관계자들이 정치인들에게 매기는 평가는 후한 편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정치인이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놓아 주겠다」는 사람이거나 「세금은 마구 깍아주면서 사업은 대폭 늘릴 수 있다」고 아무 근거도 없이 큰소리치는 사람들로 보일 뿐이다.
경제에는 「공짜점심」이 없고 「콩심은데 콩 밖에 날 수 없다」는 실증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경제관계자들로서는 정치인들의 이같은 호언에 회의적 시각이 많다.
경제 관계자들은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내세운 소위 공급측면 중시 경제학이 미국의 재정 및 국제수지 적자규모를 엄청나게 늘렸다는 것을 경제분야 공약이 「말장난」으로 그친 대표적 사례로 꼬집기도 한다.
이번 대선공약 가운데 각 당이 내건 경제총량 관련지표를 검증해보면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먼저 1인당 국민소득과 관련,국민당은 집권 5년내 2만달러를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맞서 민자당은 1만5천달러를 비공식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학계 등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과대평가한 허황된 숫자』라며 논평 자체를 기피할 정도다.
우리 경제의 과거 성장실적과 향후 전망치 등을 따져 검증해봐도 이같은 수준의 급격한 소득향상은 정상적 수단으론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소득수준은 제5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82∼86년)의 목표연도인 지난 86년말 2천5백5달러였고 6차 계획(87∼91년)이 끝난 지난해는 6천2백65달러였다. 정부가 지난해말 제7차 5개년 계획(92∼96년)을 통해 올해부터 5년간 평균 7.5%씩의 성장을 계속할 경우 96년엔 1인당 1만4백40만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이번 대선 당선자가 집권 5년후인 97년말에 잘하면 1만2천∼1만3천달러 수준은 달성 가능할 것 아니냐는 추계도 일견 그럴듯하다.
그렇지만 최근 경제여건을 보면 7차 계획 첫 해인 올해부터 성장률이 5%대에 머물러 기업 가계 등 각 경제주체가 비상한 분발없이는 당장 내년초 계획 자체를 대폭 수정해야 할 판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여건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고 지적한다. 즉 7차 계획상 물가상승을 감안한 연평균 경상성장률을 12%내외로 잡았으므로 연간 15% 이상의 고물가를 감내한다면 23∼24% 정도 성장이 가능해 5년내 2만달러도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현재 1달러당 7백90원 내외인 원화 환율을 절반수준인 달러당 4백원까지 평가절상하면 적어도 숫자상 2만달러는 이룰 수 있다는 것.
그렇지만 각 정당들은 연간 3% 이내 물가안정을 동시에 밝혔고 아울러 수출회복을 통한 국제수지 흑자실현도 자랑스레 내걸고 있어 환율절상은 전혀 불가능한 실정.
이 관계자는 『지난 80년대 중반 일본 엔화 환율이 일거에 절반수준으로 인하(평가절상)돼 일본인들은 그냥 앉아서 달러표시 국민소득이 2배로 뛰었지만 생활은 나아진게 전혀 없었다』며 인플레나 환율조작에 따른 소득증가가 얼마나 위험한 「환상」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고 깨우쳤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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