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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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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은행잎과 홍엽으로 채색된 서울 동숭동의 문화의 거리에는 주말이면 마당굿이나 사물놀이가 곧 잘 펼쳐진다. 전통문화의 재발견을 위한 자아의식의 발로라고 평가된다. 창이나 판소리 등 독창적인 우리의 가락은 일본은 물론 유럽에서까지 환영받고 있다. 그들과 색다르기 때문이다.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두들겨대는 장구소리에서 우리 것을 찾아내려던 실학사상을 떠올려 본다. 실학은 주자학의 폐해인 공리공론에서 벗어나 실사구시와 경세제민서 출발했다. 연경을 통해 들어온 서양문물을 알리는 한편 자아발견을 위해 천문,지리,역사에 새로운 관심을 쏟았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이나 유형원의 「반계수록」이 그것이다. ◆결국 실학의 종국적 목표는 나라사랑에 있다. 나라의 강토를 아끼고 보살피며 거기서 살아가는 백성을 사랑하자는데 목적이 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백성을 사랑하는 참다운 목민관을 길러내는데 있었으며,삼천리 금수강산을 답사하면서 발로 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국토의 사랑에서 출발했다. 이처럼 실학은 사실 확인에 의한 전통문화의 재발견에 힘썼다. ◆언론계의 친목단체인 「내셔널 프레스클럽」의 주최로 지난주말 임란때 국난 극복의 명재상인 서애 유성룡선생의 출생지 하회마을을 다녀왔다. 낙동강 상류의 물줄기가 마을을 감싸고 돌아간다고 하여 「물동이동」(하회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백여호 남짓한 작지않은 이 마을은 천혜의 자연속에 조선조의 전통적인 가옥과 문화를 지켜온데 소중함이 있다. ◆서애선생의 위대함은 벼슬이 높아서가 아니다. 사색 당쟁속에도 왜구의 침입이 급박했음을 예견하고 정읍 현감인 이순신을 전라도 좌수사로 발탁했고 형조 정랑 권율을 의주목사로 기용한데 있다. 더욱 머리숙여지는 것은 다시는 임란과 같은 참담한 전화가 없기 위해 7년전쟁을 기록한 징비록을 남긴 것이다. 지금 전해오는 기와집 종가는 제자들이 서애선생이 돌아가신뒤 마련한 것이다. 이런 청빈하고 애족하는 대통령후보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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