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국」·대러중 관계등/공동대응안 모색 “우방” 확인노태우대통령과 미야자와 일본 총리의 8일 정상회담은 현안의 타결보다는 동북아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해 양국의 입장과 시각을 조율하는 공동노력 방안을 논의했다는데서 의의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이점은 이번 정상회담이 사전에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의견조정이나 합의없이 공동 관심사에 대해 폭넓고도 격의없이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데서도 반증된다.
양국정상은 회담에서 동북아정세가 비교적 안정적인 미소관계나 유럽정세에 비해 커다란 변화와 개편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한중수교와 노 대통령의 방중,중국지도부 개편,아키히토 일왕의 방중,미 대통령선거,옐친의 방일 취소와 방한 및 방중 예정 등을 거치면서 아태지역이 세계질서 개편의 초점이 되고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할 수 있다.
이날 회담에서는 동북아정세 변화와 관련,클린턴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양국의 입장교환과 공동대응 방안모색이 우선적으로 논의됐다.
클린턴 미 대통령 당선자가 대외정책에 기본적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통상압력이나 아태주둔 미군감축 등 정권출범후 예상되는 문제들과 관련해 한미관계·미일관계에 대한 입장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미국의 기여와 역할이 지속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번 회담의 중요 관심사중 하나로 부각됐던 한러 및 일러관계와 관련,한일 양국 정상은 러시아의 안정과 번영이 동북아 안정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공동인식 아래 러시아의 개혁과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합의하는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북방 4개 도서 반환문제는 일본의 경위설명은 있었으나 우리측에 대한 협조요청 문제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는 18일로 예정된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이날 한일 정상회담이 열림으로써 러시아가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카드」를 사용하려 한다는 일본측의 우려는 상당히 가셨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같은 점에 비추어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우리 입장에서 볼때 대러시아 및 중국관계 진전에 따라 다소 소원해진 일본과의 관계를 복원하는데 의미가 두어졌다는 측면도 크다.
우리로서는 가장 중요한 대북한 문제에서도 양국 정상은 IAEA 사찰만으론 북한의 핵개발의혹이 완전히 불식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남북 상호사찰을 북한이 받아들이도록 계속 촉구키로 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일본의 대북한 관계개선에 앞서 남북한 비핵화선언에 입각한 상호 핵사찰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는게 우리측 설명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진행된 외무장관 회담서 한일간 현안인 무역역조 시정과 정신대문제 등이 거론되기는 했으나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
이는 양국간 실무차원에서 계속 협의되고 앞으로도 논의될 문제로서 정상간의 직접 대좌로도 일거에 타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양측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방일을 통해 노 대통령은 전통 우방인 일본과의 관계를 북방외교 이전수준으로 복원시킴으로써 차기정권의 부담을 덜어주는 계기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교토=최규식특파원>교토=최규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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