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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변화」 「가짜변화」/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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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변화」 「가짜변화」/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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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존 케네디가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을 누르고 당선되자 당시 로이터통신은 케네디의 승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케네디는 변화를 갈구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여 뉴 프런티어(신개척) 정신이란 기치아래 새로운 미국의 창조를 내세웠고 국민에게 새시대의 역사를 열어갈 수 있는 참신한 지도자상을 부각시키는 한편 국내외 문제 전반에 관한 개혁정책을 제시했던 것. 나아가 특히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생활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32년이 지난 이번 선거에서 46세의 클린턴이 막강한 현역 대통령인 부시에게 승리한 원인도 놀랍게도 매우 비슷하다. 즉 부시는 실업률이 7.5%에 이르고 국민의 소득이 격감하는 등 경기침체로 국민의 불만이 팽배함에도 경기는 호전되고 있다고 낙관하면서 여전히 대외문제에 치중했고 더구나 냉전체제가 붕괴됐음에도 불필요하게 냉전의 설거지에만 매달려 있었던 것.

반면 클린턴은 『국민은 변화를 요구한다』면서 「단합과 전진을 위한 국민과의 새로운 약속」이란 캐치프레이즈아래 경제 제1주의를 통한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역설하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대조를 이뤘다.

이번 미 대선을 보면서 또다시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선거막바지에 인신공격까지 불사하는 열전이었으나 일단 투표결과가 판명되자 결과에 서슴없이 승복하는 모습이다. 국민의 선택을 모조건 받아들여 모든 감정을 씻고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고 당선자는 낙선자의 노고를 위로하며 「내일을 위한 단결」을 합창하는 자세야말로 미국의 저력이요 위대성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판의 멋진 민주정치의 드라마를 지켜본뒤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저마다 역주하는 우리나라의 후보와 정당들의 모습을 보면 우울해진다.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후보나 정당모두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기대하며 오늘과 같은 대변혁의 시대에 한국이 어떠한 길을 가야할 것인가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각 당의 공약만해도 그렇다. 겉으로는 화려하게,항목수에 있어서도 경쟁적으로 백화점식으로 나열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개가 20∼30년전부터 내놨던 것을 재탕 삼탕한 것에 불과하다. 집권하면 당장 소득이 늘고 물가를 잡고 경제를 활성화시켜 부국부민으로 만들겠다고 하나 어떤 방법으로 이렇게 할 것이라는 설명이 없다. 더욱이 득표에만 급급하여 대학입학문을 무제한으로 열어 입시의 고통을 일거에 해소시키겠다는 다짐에는 어이가 없다. 「전국민의 대졸출신화」 「전대학의 저질화」를 만들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나마 국민들이 심각하게 당면하고 있는 교통문제 환경문제 등에 대해서는 뚜렷한 처방이 없다.

「변화」만 해도 그렇다. 현재 후보와 각당 모두 「변화」를 외치고 있다. 하기야 역대대선과 국회의원 선거때 「변화」와 「새정치­깨끗한 정치」를 내세우지 않은 후보나 정당은 없었다. 하지만 당선 후에는 이를 외면하고 「반변화」 「반새정치」 「비깨끗한 정치」의 길을 걸어가곤 한 것이다.

변화는 당연히 추진되고 또 이뤄져야 하지만 말로만 「바꾼다」는 식의 「가짜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가경영의 방식을 어떻게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바꾸고 침체된 국민의 사기를 진작시키며 정치 경제 사회에 어떠한 활기를 불러넣을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후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선거결과에 승복하는 자세다. 이는 선거후의 문제지만 후보들은 지금부터 선거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다짐하는게 필요하다. 돌이켜 보면 우리 선거사상,그중에도 대선사상 결과를 순순히 인정한 적이 없다. 본인의 결점과 실책과 미비는 조금도 생각않고 개표가 끝난 순간부터 부정이라고 주장하며 물고 늘어진 것. 하기야 『내가 정신적 대통령이다』라고 강변한 예도 있었다.

후보와 각 당은 케네디나 클린턴의 승리가 주는 교훈을 깊이 음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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