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다 대미 관계개선이 우선” 판단【동경=이상호특파원】 약 6개월만에 북경에서 다시 열렸던 제8차 북한일본 국교정상화 회담이 끝내 결렬됐다.
한중수교에 이어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노태우대통령의 방일 예정 등 동아시아의 급변하는 정세속에 열린 이번 회담은 북한측의 태도변화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렸었다.
그러나 KAL기 폭파범 김현희의 일본인화 교사 이은혜(일본인) 문제에 대한 북한측의 반발로 차기 회담일정도 정하지 못한채 6일 끝났다.
북한측은 6일 일본측의 막후교섭에 대해 『본회담에는 응하겠지만 이은혜문제를 다루는 실무나 협의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일본측은 『북한이 이정도로 강하게 나오라가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때문에 일본측은 이은혜 문제를 구실로 북한측이 이번 교섭을 결렬시킬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우선 북한이 주변 국제정세의 변화를 좀더 지켜보기 위해 시간벌기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을 하고 있다. 외무성은 한중수교 등을 둘러싸고 북한 내부에서 개혁파와 보수파간의 대립되는 입장의 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핵사찰 문제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의 상태로 보고 있다. 이번 교섭 직전 핵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강경한 방침을 북한측에 전달했을때 북한측은 『그렇다면 별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의 북한의 대일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교섭이 중단됐던 지난 5일 북한측은 준비한 성명을 읽은후 약 5분간에 걸친 일본측의 만류를 무시한채 퇴장했다.
이것도 일본측의 반응을 충분히 계산한 「예정된 행동」이며 지난 5월의 7차 교섭이후 북한의 대일자세가 기본적으로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일본측은 보고 있다.
지난 9월 북한을 방문했던 일조 우호촉진 동경도 대표단들에게 김용순 북한노동당서기가 『북한 외교는 앞으로 동남아와 중근동에 중점이 맞춰진다. 때문에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었다.
이는 대일보다는 대미관계 개선에 치중하겠다는 시사이나 대미외교가 본격화되는 것은 내년 봄 클린턴 정권의 출범이후여서 대일교섭도 그때까지는 사기를 기다려야 된다고 펀단한 것이며 이같은 태도가 이번 교섭에서 그대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측은 이런 계산에서 『실무자 협의가 아닌 본회담을 열자』고 주장,이번 회담 결렬의 책임을 일본측에 전가시키려 했다고 일본측은 보고 있다.
이번 8차 회담의 결렬로 일본측에서는 대북한 대응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따라 다음 회담 재개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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