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대중강경책 한국에 악영향/남북한 관계 취약성 설득 “관건”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20세기 들어 재선에 실패한 네번째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은 확실히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클린턴 민주당 진영의 유세전략은 이번 선거에서 주효했다. 변화를 갈망하는 공화당 유권자들까지도 끌어들였다. 클린턴의 승리는 미 정치권이 국내 변화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을 확인시켜준 한편 궁극적으로는 2차대전 세대에서 「베트남전쟁세대」로의 교체를 의미한다.
백악관의 교체는 세대교체는 물론이고 새로운 미국의 출현을 동반하고 있다.
클린턴은 자신이 공약한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클린턴의 압승은 미국이 현저하게 「좌」로 선회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클린턴은 보수적인 원칙과 가치관을 유지하면서 고용창출 및 실업대책,재정적자 축소 등에 대한 확신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고 유권자들은 그의 「국내문제 우선정책」을 지지했다.
그러나 클린턴하의 새행정부는 외교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클린턴은 유럽대륙에서 미국의 역할 및 비중을 줄이고 역내 주둔군을 7만5천명선까지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이 유럽의 독자 방위 및 안보정책을 승인하는 것이며 양측이 대등한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경제 특히 무역분야에서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냉전이 종식됐다고는 하지만 러시아의 민족분규와 초인플레,유고내전의 확산에 대한 유럽의 우려 등은 클린턴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를 유럽에 두게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클린턴의 정책은 무기체계 및 국방예산 등에서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대체로 부시의 정책과 유사할 것이다. 클린턴은 방위비의 대폭삭감을 주장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군사력 유지를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부시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는 전세계에서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는데 몰두할 것이다. 그는 이와 함께 다른 나라에 대해 미국의 가치를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권 및 민주주의 가치를 옹호하는 정책을 추구할 것이다.
내년 1월 클린턴이 취임하게 되면 대러시아 정책이 가장 첨예한 외교적 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러시아가 서방의 원조를 받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사항을 수용할는지 여부가 분명해지고 클린턴은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IMF의 대러시아 경제지원을 지지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설사 러시아에 대한 원조를 승인하더라도 미국경제를 희생하면서까지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분석가들은 클린턴이 유세과정에서 과거 민주당의 카터 행정부 시절의 외교참모들에 둘러싸여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언동에서 카터식 이상주의가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이상주의가 미국외교에서 최우선 정책으로 정착되고 백악관이 세계전역에서 민주주의와 인권보호를 위해 투쟁하려 든다면 미국은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다. 「공산주의자」와 「제국주의자」의 흑백논리가 통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새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강경정책을 선택하면 중국과 관계개선을 시작한 한국과 일본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두 나라는 대중국외교의 중요성에 대해 미국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전체적인 아시아지역의 안정을 위해서 중국의 고립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은 특히 남북한 관계의 취약성을 클린턴 행정부에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미국은 방위비 삭감으로 일본에 주일 미군 주둔비를 포함한 더 많은 책임분담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11주후면 클린턴이 미 대통령에 취임한다. 선거과정에서 난무하던 약속의 시간은 가고 변화를 원하는 미국 국민들의 기대의 시간이 희망섞인 불확실성과 함께 찾아온 것이다. 새 대통령은 취임준비를 위한 시간을 벌게 되겠지만 많은 것을 약속한 대통령에게는 시간은 일사천리로 흐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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