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군축·개방요구」 부시보다 “강경”【홍콩=유동희특파원】 클린턴이 미국의 42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4일 홍콩의 주가지수인 항생지수가 보인 변동은 앞으로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전망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날 6천1백97.44포인트에서 출발한 항생지수는 상오 10시 개장이후 내리막 행진을 계속,84포인트나 내려갔다가 정작 클린턴의 당선이 확정된 시점인 상오 11시30분부터는 상승세로 반전했다. 이러한 상승추세는 폐장 때까지 이어져 결국 전날보다 1백27.93포인트가 상승한 6천3백25.37포인트를 기록했다.
중국은 내심 부시의 당선을 바랐지만 클린턴이 당선돼도 미국과 중국간의 관계가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대」가 4일의 주가변동속에 담겨있다.
클린턴 당선자에 대한 의례적인 축하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5일의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것만 보아도 중국의 편치 않은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양상곤 국가주석,왕진 국가부주석,그리고 이붕총리가 이날 상오 클린턴에게 당선 축하전문을 발송했다고 밝힌 오건민 외교부 대변인은 클린턴 신 행정부가 지난 20년동안 양국관계의 기초가 되었던 3개 협정의 토대위에서 중미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며 「경고성」의 당부를 했다. 오 대변인은 이어 중국정부는 최혜국대우(MFN) 연장에 인권문제 개선을 조건으로 다는 것은 반대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클린턴은 당선전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지와 가진 서면 회견에서 그의 대중국 정책이 부시와 달리 강경한 방향으로 선회할 것임을 예고했다. 클린턴은 중국을 고립시키는 것은 중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더 나아가 세계의 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고 또 중국의 현 지도부가 취하고 있는 개혁·개방정책을 환영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정부가 중국 국민의 민주적 열망을 억압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중국을 민주화시키는데 미국의 영향력을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또 ▲인권 ▲군축 및 ▲시장개방에 있어서의 개선을 조건으로 중국에 대한 최혜국(MFN) 대우를 연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클린턴의 입장표명 때문에 중국은 MFN 문제를 놓고 미 의회가 조건을 달면,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던 지난 3년동안 되풀이돼온 관행이 내년부터는 종식될 것이라는 점을 각오하고 있다. 중국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시장개방 압력이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올해에 1백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우선을 내세운 클린턴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일본과 함께 중국을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이밖에 중국은 클린턴이 중국을 전혀 모르는 대신 대만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점에 신경을 쓰고 있다. 클린턴은 아칸소주 주지사 시절 4차례나 대만을 방문,이등휘 총통 등 대만의 지도층과 안면이 있는 처지이며 아칸소의 주도인 리틀 록시는 대만의 고웅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또한 아칸소주가 아시아에 설치한 두곳의 무역사무소는 동경과 대북시에 소재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것이라는 예상속에서도 장기적으로는 양국간의 관계에 대해 낙관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으며 항생지수가 나타낸 것처럼 이러한 전망에 대다수가 귀를 기울이는 것도 사실이다.
클린턴이 외교 문외한인 것은 사실이지만 클린턴 주위에는 유능한 외교참모가 많아 미중관계의 악화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낙관적 전망의 근거이다. 또한 집권전 열렬한 반공주의자였던 닉슨과 레이건이 집권이후에는 중국과 관계를 개선했는가 하면 또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제한하는 등 오히려 대만 일변도의 자세에서 벗어났던 사실에 비추어 볼때 중국에 대한 강경론이 집권이후에도 그대로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MFN은 「양날의 칼」로 이를 잘못 사용하게 되면 미국에도 큰 피해가 된다는 사실을 클린턴도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클린턴의 당선이 확정되기 직전,미국산 소맥 1백61만4천톤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히고 내년 6월말 이전에 5백40만톤을 추가로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MFN 대우가 연장되는 시점과 소맥의 추가구매 시기를 일치시킨 중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중국이 가진 카드를 내보임과 동시에 미국에 대한 어느정도의 양보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자는 것이다.
클린턴 시대의 출현은 미중관계의 측면에서 볼때 전략적 고려보다는 경제적 상호이해를 앞세우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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