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EC가 한줌의 해바라기씨 등 유지작물 씨앗 때문에 무역전쟁 선포에 들어갔다. 우리는 세계무역을 주도하는 양측이 그들의 경제에 사활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닌 유지작물(해바라기,대두,평저) 씨앗같은 지엽적인 작물의 통상 물량조절에 실패,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무역전쟁이 일보직전에까지 이른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 미국과 EC 양자가 서로 협상능력이 그처럼 빈약한데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결렬된 협상에서 그러듯 미국과 EC 양쪽은 협상파탄의 책임을 서로 전가하고 있다. 칼라 힐스 미 무역대표는 지난 1일부터 3일동안 미 시카고에서 열린 EC산 유지작물 씨앗의 감산협상이 실패하자 5일 EC에서 수입되는 백포도주 등 연간 3억달러에 상당하는 농산물에 대해 2백%의 보복관세를 부과,이날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앞으로 30일동안 협상을 위한 유예기간을 두겠다고 했다. 우리는 미국과 EC가 이 기간동안에 타협을 이룰 것을 기대해 보고 싶다.만일 이 유예기간에 EC측이 협상에 불응한다면 자동차 타이어,향수,식품첨가제,종이,유리,가구 등 17억달러 상당의 이들 공산품에도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은 공을 EC 진영으로 넘긴 셈이다. EC의 반응이 주목되는데 그들 자세 또한 강경한 것이 긴장을 조성해준다. EC측 협상대표인 레이 맥쉐리 농업담당관은 『미국의 요구가 지나치고 정치적으로 비현실적인 것이었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프란스 안드리에센 대외무역담당관은 『미국의 보복조치에 대해서는 즉각 보복하겠다』고 강경자세를 보이고 있다.
농산물은 어느 나라이건 정치적으로 민감한 품목이다. 미국측은 EC의 자국 농가에 대한 보조금 지급으로 유지작물 씨앗의 수출에서 약 10억달러의 감소를 보았다는 것이다. 바로 이 10억달러의 추정감소가 임박한 미EC 무역전쟁의 기폭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무역질서가 얼마나 불안정한가를 절감케 한다. 사실 미·EC 협상에서의 이견폭이 그렇게 큰 것도 아니었다.
미국측은 EC측에 유지작물 씨앗의 생산을 연 1천2백만톤에서 처음에는 7백만톤으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가 EC측이 거부하자 9백만톤을 고집,결국 50만톤 차이 때문에 결렬되고 만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 5년동안 끌어왔던 현안으로 이번에 끝내 파열될 것이다. 단순히 무역분규에서 각기 자존심을 건 감정문제로까지 악화된 것이다. 미·EC가 정말 무역전쟁에 돌입한다면 현재 교착상태에 있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은 파국을 맞게 될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30일의 유예기간중 타결이 안되면 새로 발족하는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가 이 무역전쟁을 승계하게 되어 전도예측은 더욱 불투명해진다. 미·EC 양측이 합리적인 이성을 되찾아 분규를 타결,무역전쟁만은 막아줄 것을 촉구한다. 역사를 30년대로 후퇴시켜서는 안된다. 이것은 무역 강대국들의 책무이기도 하다. 한국으로서도 유동적인 세계 통상사태에 유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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