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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한 가을농심/추곡수매 현장서 시위(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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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한 가을농심/추곡수매 현장서 시위(등대)

입력
1992.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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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곡수매가 시작된 5일 상오 7시10분 전남 나주군 남평면 농협창고앞 수매현장.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비닐로 씌워 쌓아둔 50여개 벼가마더미 옆에서 4명의 농민들이 착잡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5% 인상 웬말이냐 15% 인상하라」 「농민들 죽어간다 전량수매 실시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머리띠와 피켓을 든 농민 30여명이 몰려왔다.

이들은 수매하기 위해 와 있던 농민 명과 자연스럽게 합세,함께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들어갔다.

30여분간 시위가 계속되자 면사무소·농협직원 등 20여명이 나서서 만류,실랑이 끝에 시위농민들은 흩어지긴 했으나 수매 예정시간인 8시가 지나도 수매장은 썰렁했다.

수매가 인상폭에 불만이 큰데다 날씨마저 궂어 예정보다 40여분 늦게 수매가 시작됐으나 예상대로 이날 목표량 3천가마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수매 등급판정을 기다리던 농민들로부터는 『1년내내 땀흘려 농사지어 내놓은 벼가 정부에 의해 내팽개쳐지는 것 같아 차라리 내팽개치고 싶은 생각이 치민다』 『적자만 보는 벼농사 그만두고 감나무라도 심어보려고 해도 허락도 안해준다』는 등의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1백20가마 수매를 희망했으나 10가마만 배정받아 1등급 판정을 받아 45만1천1백원을 받은 김용수씨(60·교원리)는 『1마지기(2백평)에 3만원만 주고 1년 동사를 지어 먹으라고 해도 원하는 사람이 없어 환갑이 다된 두 늙은이가 농사를 지은 결과가 이것』이라며 돈다발을 들어보였다.

대선을 앞둔 정당들이 너나없이 두자리수 인상·1천만섬 이상 수매를 주장하고 있어 국회에서의 조정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농민들은 『이대로는 안된다』며 어두운 표정으로 수매장을 떠났다.<나주=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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