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강화” 금리·통화운용 헛수고/건전자금 흐름 유도장치 마련 시급시중자금 흐름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시중자금이 어느 때보다 풍성해지고 있지만 이 자금이 생산분야로 좀처럼 넘어가질 못하고 증권을 비롯한 금융권에만 머물고 있다. 돈을 구하지 못해 부도를 내고 문을 닫는 중소기업은 끊이질 않아 어음부도율이 최근 10년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는 반면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의 여유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증권시장은 때아닌 활황을 맞고있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리를 낮추고 통화관리도 다소 느슨하게 한 결과,엉뚱하게도 증시에만 돈이 몰리고 제조업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효과가 당장 나타나는 것은 아니므로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자금흐름의 건전화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마련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중 통화동향에 따르면 10월중에는 총통화가 평잔기준으로 1억5천억원 늘어난 90조1천7백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18.2% 늘었다. 분야별로는 부가세 2조원 등으로 9천억원을 환수한 반면 민간부문은 1조2천억원이,해외부문은 4천8백억원이 풀려나갔다. 10월중 총통화증가율 18.2%는 9월과 똑같은 수준으로 정부의 연중 억제목표선 18.5% 이내에 드는 것이지만 당초 예상보다 둔화된 물가상승률과 성장률을 감안하면 우리경제에 필요한 적정규모를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덕분에 지난 연말 연 19%대를 넘던 회사채 수익률과 콜금리는 12%대에 진입하는 등 금리는 하향 안정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은측은 설명했다.
외견상으로는 어디 흠잡을 곳 하나 없는 바람직한 모양새이지만 속사정은 겉모습과 사뭇 다르다. 민간부문을 보면 대기업의 당좌대출이 10월중에만 3천3백억원이나 감소,한층 통화공급 여력이 생겼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별 변화가 없고 은행들의 채권을 비롯한 유가증권 매입이 무려 5천3백억원이나 늘었다. 또 해외부문에선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3억6천만달러(2천8백억원 상당)나 유입,통화를 늘려놓았다. 결국 10월중 증가한 총통화 1조5천억원의 절반을 넘는 8천억원 가량이 증시에 공급된 셈이다.
김영대 한은 자금부장은 『은행이 여유자금 등으로 증권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금리가 너무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 단기운용에 치우치고 있고 부실위험이 큰 중소기업 대출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부장은 과잉통화우려에 대해 『총통화 증가율을 조금 낮추는 것보다 금리하락이 더 중요하다』며 『11월엔 1조3천억원,12월은 2조원 남짓을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말해 현행 통화관리 기조를 고수한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연초부터 누누이 강조했던 생산분야로의 자금유입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돈만 자꾸 더 푸는게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에만 괴어있는 자금을 제조업쪽으로 흐르게 할 파이프가 설치되지 않는다면 자칫 금리도 놓치고 3년여 공들여 다져놓은 경제안정기조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