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박태준·정호용의원 겨냥/개헌시점등 교섭이 변수될듯국민당의 정주영대표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각제를 공약으로 내세울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했다.
정 대표의 내각제 용의표명은 물론 그 자신이 『양김을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공론화를 요구할때 긍정검토하겠다』고 밝혔듯이 반양김세력의 결집을 겨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 대표는 특히 『경제기틀이 안정되면 정치발전을 위해 내각제를 실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당내에서도 그런 쪽으로 발전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해 이미 내각제 공약화를 위한 실무검토가 상당수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 대표의 이같은 표명은 지난달말 『내각제를 배격하지는 않지만 공약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입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대선이 목전에 다가옴에 따라 신당추진파 등 반양김세력과의 제휴가능성이 보다 구체적으로 타진되고 있음을 엿보게하는 대목이다.
물론 국민당측의 내각제 수용문제가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달초 박태준 전 민자당 최고위원의 탈당사태를 전후해 이 문제가 당내외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됐다.
이때만 해도 정 대표측은 공식적으로 내각제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정 대표는 당시 『우리는 아직 경제수준 등의 여건상 시기상조』 『대선공약시 득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국민당은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내각제 수용이 반양김세력 통합을 위한 현실적 방안이라는 판단아래 다각적인 검토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당이 내각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은 내각제 자체가 갖는 득표효과보다는 반양김세력에 제휴의 명분을 주자는 것이다.
국민당은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국면전환을 노릴 수 있는 결정적 계기는 역시 반양김세력의 대결집이라고 보고있다.
특히 국민당이 가장 큰 기대를 걸고있는 제휴대상은 박태준 전 의원. 박 전 위원이 국민당 진영에 합류할 경우 대선에서 정 대표가 양김씨에 대해 결정적인 파괴력을 얻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정 대표의 내각제 표명은 일차적으로 박 전 위원쪽을 향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 정 대표측은 최근 박 전 위원측의 주변인사들과 내밀한 채널을 가동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차단하려는 외부세력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대표의 내각제 구상은 동시에 새한국당 추진세력 및 정호용의원 등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새한국당은 일단 이종찬의원을 대선후보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후보 등록후에도 국민당과의 제휴가능성을 계속 배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당은 당초 신당의원들을 개별영입할 방침이었으나 제휴효과를 극대화하고 신당측에 「유인요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당대 당 통합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당은 이와함께 일찍부터 내각제를 주장해온 정호용의원의 입당가능성에도 적잖은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달 28일 정 의원과 만나 영입문제를 깊숙히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당의 내각제 공약화 여부는 그러나 이들 영입대상들과의 교섭진척 여하에 달려있다. 제휴교섭이 여의치 않을 경우 내각제문제는 「없던 일」로 될 수도 있다.
또한 내각제 개헌의 시점을 언제로 잡을 것이냐는 문제도 주요한 교섭내용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집권후 3년정도 지난뒤 경제가 안정되면』이라는 단서를 제시하는 반면 내각제 개헌 주장 인사들은 「집권 1∼2년」내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당권 배분 등의 문제는 제휴협상의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일단 반양김세력 결집을 위한 터는 확보된 셈이다.
다만 신당 추진파와 박 전 위원 등은 최종순간까지 제휴후 정 대표의 당선가능성 등을 가늠하며 판단을 유보할 공산이 커 내각제 공약이 이번 대선에 등장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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