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후 세계 주도권 유지”/방위비 삭감 완만하게 추진빌 클린턴 미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정권인수반을 가동시키면서 선거공약 사항을 포함한 대내외 정책에 관해 점차 구체적인 가닥을 잡아 나가고 있다.
선거결과가 확정되자 마자 향후 정책기조에 대한 「대통령 당선자」의 발언들은 무게를 더해가고 세계의 관심은 클린턴에 집중돼 있다.
클린턴은 선거유세 과정에서 경제문제에만 집착됐다는 점을 의식한듯 4일 당선후 첫 특별성명을 통해 민주당 정부하에서도 미국의 대외정책은 변화가 없을 것임을 선언했다.
클린턴이 첫 공식성명에서 대외정책의 불변을 강조한 것은 경제문제 해결을 비롯한 국내 정책과 함께 탈냉전 시대의 세계를 이끌어갈 주도권이 미국에 있음을 분명히 해두자는 의도를 보여준다.
클린턴은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해 ▲민주주의의 강조 ▲역할분담을 통한 집단안보 ▲평화유지를 위한 유엔의 역할강조 등으로 기본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선거유세 과정에서 미국의 경제력 회복을 최우선시하면서 대외정책에 대해서는 애써 관심을 돌렸지만 세계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정세불안은 클린턴 진영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우선 구 소련 붕괴후 미국의 정치·경제적 이익과 직결돼 있는 러시아에서의 개혁정책이 표류하고 있고 핵무기 감축협상도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또 유고내전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앙골라에서도 새로운 내전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여전히 미결상태며 중국이 서서히 재무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냉전종식후 아직 질서가 잡히지 않은 세계정세는 클린턴으로 하여금 급작스런 변화보다는 신중한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클린턴이 외교정책의 연속성을 선언한 또다른 이유는 미국이 국내 경제정책에만 매달려 대외관계에서 새로운 고립주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외교정책의 특징은 국익을 우선시하면서 경제문제를 안보차원으로 끌어올린다는데 있다. 여기에 강력한 군사력의 유지와 미 군사력의 선택적 개입을 지지하는 등 탄력성을 가미하고 있는 정도다.
클린턴은 향후 외교정책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미국이 후원하는 중동평화회담의 계속 추진 ▲러시아와 군축협상 완료 및 러시아의 민주화 지원 ▲우루과이라운드 등 세계무역협상의 종결 ▲구 유고내 평화구축 및 소말리아 기아사태에 대한 원조 ▲NATO와의 새로운 관계설정 등을 꼽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방위정책에 있어서는 물론 변화가 예상되지만 그 폭과 속도는 완만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선거전 미국군대내 동성연애 허용문제를 거론해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군사부문에서의 연구개발 투자확대,하이테크 전력의 유지,국방예산의 완만한 감축 등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기조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방위정책에 있어서 클린턴이 의도하는 새로운 변화는 ▲전략방위계획(SDI) 예산의 대폭 감축 및 미사일 요격무기 개발계획의 보류 ▲97년까지 1백60만명에서 1백40만명으로 병력감축 ▲향후 4년간 유럽주둔 미군의 10만명 이하로의 감축 ▲항공모함 보유대수 감축(12척에서 10척으로) 등이다.
이는 미국내 경제상황과 맞물린 긴축기조의 반영으로 냉전종식후 새로운 세계질서에 부응한다는 현실적인 고려가 깔려 있다.
클린턴은 4일 당선 연설에서 『변화의 요구에 부응해 성장을 회복하고 우리 국민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해 스스로의 삶에 더 많은 책임을 지게하는 새로운 미국을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클린턴은 공공민간부문에 대한 투자재원의 마련을 위해 현재 연간 3천억달러에 이르는 고질적인 재정적자를 향후 4년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다짐하고 있고 고소득층에 대한 중과세 및 미국진출 외국기업에 대한 세금징수,향후 5년간 6백억달러에 이르는 국방예산의 추가 삭감 등을 정책 무기로 삼고 있다.
클린턴은 또 『국가의 부는 국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지식과 노하우이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그의 경제정책은 교육 및 직업훈련에 대한 대규모 투자,연구개발 및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
클린턴은 이러한 정책기조를 확고히 하기위해 역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와 협조,취임 초기에 다수의 「성장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차기 클린턴 행정부가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재정확보에 성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또 세계경제와 밀접히 연결돼 있는 미국경제가 외국에 대해 지나친 공세를 취한다면 이에 따른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경제의 회복은 「완만하게」 이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고태성기자>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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