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3일 일본 대장성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92년도 상반기(4∼9월) 국제수지 상황을 발표했다.사실 클린턴 후보의 당선이나 일본 경상수지의 최고치 기록 모두는 귀가 번쩍 뜨이는 돌발사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상수지 최고기록 발표는 클린턴 당선 소식과 맞물리면서 묘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냉전이후 미국을 이끌 대통령으로서 전후세대를 선택한 미국과 일본의 향후 관계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액은 전년 동기대비 50.5%가 늘어난 5백75억9천5백만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흑자는 29.7%가 증가한 6백62억7천3백만달러. 모두 사상최고치다. 일본정부 관리들도 자신들의 예상을 크게 웃돌고 있음을 인정했다.
대미 흑자 역시 마찬가지로 전년 동기대비 20%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클린턴 정책의 핵심은 「경제」와 「변화」다. 그는 갈수록 국제경쟁력을 상실해가는 미국 산업의 원인이 바로 미국 국내에 있음을 잘 알고 있는 자유무역주의 신봉자다.
때문에 그 자유무역을 방해하는 각국의 장벽제거를 외치고 있고 그 가운데서도 미 통상법 「슈퍼 301조」의 부활을 공언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이러한 클린턴 정책의 최초의 과녁이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선거유세 기간중이나 클린턴 당선 확정후 일본 언론의 주된 관심사는 「미일 경제관계의 향방」이었다.
한 신문은 『클린턴 당선자가 앞으로 백악관에 들어가면 국제정세가 아닌 경제정세에 대한 브리핑으로 하루하루를 시작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싣기도 했다.
일본정부와 재계는 뛰어난 일본제품의 국제 경쟁력과 경기불황때 씀씀이를 줄이는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려해볼 때 미일 경제관계는 앞으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클린턴 당선자가 아칸소주지사가 된뒤 가진 6번의 외유중 일본방문이 4번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그를 「지일파」로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클린턴의 등장에 따른 「불안」과 「우려」가 일본사회의 깊은 구석에 도사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클린턴 당선일에 맞춰 경상수지 최고치기록 수립이라는 「묘한 선물」을 던져놓고 미국측 반응을 떠보는 일본정부의 태도에서 이같은 사실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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