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진 지속되면 창당 가능성이번 미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나와 패배한 억만장자 로스 페로를 중심으로 신당 추진설이 나돌고 있어 그 귀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페로 자신은 아직까지 명확한 태도표명을 하지않고 있으나 미국언론은 페로가 어떤 식으로든 계속 정치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화·민주 양당에서도 그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 언론은 『페로가 3등을 했지만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림으로써 2백년 이상된 양당구조를 허물어 뜨릴 수 있는 제3당 출현 가능성을 높여 놓았다』며 그의 신당추진 가능성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일부 정치분석가들은 만약 페로가 막대한 재산을 배경으로 기성정치와 양당구조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의 마음을 끌어 모은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페로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선거구에서 1등을 한 후보가 표를 싹쓸이하는 미 선거제도의 특이성으로 인해 단 한사람의 선거인단도 확보하지 못했으나 전체 유권자의 19%인 1천9백만명으로부터 지지를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미 대선사상 무소속이나 제3당으로 나와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사람은 191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로 27.4%를 기록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인 지난 80년 선거에서 존 앤더슨이 「국가단합당」으로 나와 겨우 6.6%를 얻은 것과 비교하면 페로의 약진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페로의 지지층은 이번 대선에서 그의 핵심세력이었던 「우리는 뭉쳤다(United We Stand)」라는 단체 구성원들의 성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로 보수성향의 유권자로 백인남자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주로 공화당원이기 때문에 만약 페로가 창당하면 공화당의 표를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페로는 지난 10월초 자신이 대권도전을 중도하차한 이유를 공화당표의 잠식을 우려한 부시 진영의 압력 때문이라고 비난한바 있다. 이들은 대부분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등을 돌린 기득권 세력이며 클린턴의 증세정책에 반대하는 층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참패로 하루아침에 야당의 위치로 전락한 공화당이 지도부 부재로 후유증에 휩싸이고 있는 것도 그런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공화당은 지난 공화당 후보 지명전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도전했던 뷰캐넌 등이 이미 차기 대권을 위한 당권 쟁탈전에 돌입해 있다.
소식통들은 만약 페로가 신당을 창당한다면 「유나이티드 위 스탠드」가 그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페로 자신도 이 단체를 회원들이 회비를 내는 민간단체로 바꿔 존속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세기간중 현재의 양당구조는 바람직하지 못하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바 있어 신당추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정치에서 이익단체의 영향력이 막강한 현실을 감안할 때 억만장자인 페로가 자금만 대준다면 얼마든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준정당 성격의 단체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여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75% 이상이 「미국 정치제도의 효율성은 이미 와해됐다」고 말한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당이 기존 정치권에 식상한 국민들에게 참신한 제3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작도 워싱턴 정가에서는 페로의 괴팍한 성격이나 지지층이 한정돼 있는 점을 들어 그가 차기 대선을 노리고 신당을 창설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러나 성패여부가 불투명한 클린턴의 경제정책이 지지부진해지고 공화·민주 양당이 미국민의 진정한 변화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게 되면 페로의 신당은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페로의 지지그룹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단체로 남아 있을 것이다.<조상욱기자>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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