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 「경제우선」 세계이슈 확인”/통상문제 국가안보차원서 다뤄/개방압력·무역흑자국 제재 분명/인권도 중시… 중국·북한등과 마찰소지/일·독 이사국 참여희망… 세계안보 분담/한반도정책도 다자간 안보협의체 모색할듯전후세대의 선두주자인 빌 클린턴 아칸소주지사가 4일 미 백악관의 새 주인공으로 확정됐다. 이는 12년만에 이뤄진 미 집권정당의 교체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전후세대의 본격 등장,탈냉전시대를 맞은 미국의 새로운 도전,강력한 집권정당 출범 등 미 정계에서는 지난날과는 판이한 새로운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클린턴은 변화의 기치를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앞장서서 새로운 바람을 미 전역과 전세계로 확산시킬 전망이다. 한국일보는 이처럼 필연적인 미국의 변화에 따르는 파장의 폭과 규모를 미리 가늠해 보기위해 외무부 산하 외교안보연구원의 김충남교수(52·정치학·미주지역 담당)를 초빙,본사 이재승 논설위원과 좌담회를 마련했다. 대담내용을 요약한다.<편집자주>편집자주>
□대담자
▲김충남 외교안보연구원
▲이재승 본사 논설위원
▲이 논설위원=소련의 붕괴로 상징되는 탈냉전시대는 미국을 세계에서 유일한 초군사강대국의 지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국내적으로는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있고 대외적으로는 세계를 주도할 지도력의 상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미국의 정권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교체됐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봅니다. 미국 국민들은 클린턴을 선택함으로써 변화추구에 대한 절박성을 표출했다는 것이지요. 이번 미 대선의 전체적인 평가와 클린턴의 당선배경을 말씀해주십시오.
▲김 교수=가장 큰 특징은 냉전시대이후에 최초로 치른 선거라는 점입니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안보가 제일의 과제였기 때문에 국방 및 외교쟁점이 주요 선거쟁점이었지만 냉전후의 이번 선거에서는 산적한 경제문제의 해결이 집중 부각됐습니다. 미국은 현재 4조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의 누적으로 이미 세계최대의 채무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경쟁력도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뒤처지고 있어 국민의 70∼80%가 위기의식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충분하지는 않지만 경제문제에 대한 대안과 함께 신선함을 무기로 삼은 클린턴이 승리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이 위원=부시 행정부가 냉전을 종식시켰다는 업적을 무시할 수 없을듯한데 완패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김 교수=부시 진영은 바로 자신이 이룩한 외교적 성과의 희생물이 됐다는 역설이 성립합니다. 냉전종식으로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엷어지면서 미 국민의 관심은 국내문제로 전환될 수 밖에 없었고 부시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지요. 그러나 클린턴도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미국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위원=말씀하신대로 미국이 세계 제일의 경제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선거의 중요 쟁점이었습니다. 부시는 지난 4년간 여러번의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이 지배하는 미 의회와의 불편한 관계가 부시 행정부의 일관된 정책집행을 가로 막았다는 분석도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의 경제정책에 있어서 클린턴 행정부가 산적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려할지,또 이미 제시된 방안의 현실성 내지는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짚어 주시지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국가와 EC 등에서는 미국의 대외경제 정책이 경직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김 교수=클린턴의 당선은 행정부의회간의 원활한 관계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공고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밀월관계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클린턴은 공공사업과 기술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소득증대를 꾀하고 군수산업을 민간산업으로 전환시킴으로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또 국민의 자질향상을 위한 교육여건 확충 및 직업훈련을 통한 실업자대책,저축증대 등에도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클린턴식 경제처방의 골자인 고소득층에 대한 중과세 및 세금신설,미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에 대한 세금부과 등은 안팎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히려 클린턴 경제정책의 주안점은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내정책과 대외정책을 연계시킨다는 복안에 있다고 봅니다. 이미 예고됐듯이 클린턴은 행정부내에 경제안보협의회를 신설할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통상문제를 국가안보의 차원에서 다루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중국·일본 등 대미 무역흑자국과 시장개방 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 등은 앞으로 높아질 통상마찰의 파고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부시의 강경자세로 곤욕을 치른 EC 등에서는 오히려 클린턴의 변화된 자세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이 위원=부시 행정부 때에도 시장개방에 대한 압력과 무역수지 흑자국에 대한 강경입장은 충분히 나타났다고 봅니다. 따라서 클린턴이 부시 이상으로 초강경 정책을 고집할 경우 상대국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또 아직까지는 미국경제의 주류가 보호무역 보다는 자유무역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한국도 클린턴의 경제정책에 지나치게 위축될 것이 아니라 EC 일본 아시아국가들의 대응을 지켜보며 보조를 맞춰가야 하지 않을까요.
▲김 교수=미국경제가 세계 GNP의 25%를 차지하는 초거대경제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런 만큼 미국경제는 유럽 및 아시아지역과의 교류없이는 지탱될 수 없다는 역논리도 성립합니다. 또 공산권의 몰락으로 이들 국가들에 시장경제가 확산됨으로써 동구경제권까지도 세계경제권에 포함시키는 자유주의적이고 국제주의적인 경제관은 미국 행정부를 누가 떠맡든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클린턴도 이 점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미국경제의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긴축,내핍 등의 희생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위원=냉전이 종식됐다고는 하지만 향후 세계질서를 「새로운 무질서」로 표현할 만큼 냉전후 세계체제는 아직 확고하지 못합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주도권과 지도력은 여전히 필요한 상태인데 이에 대한 클린턴의 구상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 교수=클린턴의 대외정책은 기본적으로 다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로 경제 우선주의입니다. 경제력의 회복이 곧 국제적 리더십의 회복으로 연결된다고 보는 클린턴 정부는 가능한 외교적 수단을 동원,경제력 회복을 추구할 것입니다.
두번째로는 전통적인 민주당의 정책노선으로 민주주의 및 인권에 대한 관심과 감시기능을 강조할 전망입니다. 클린턴은 이미 베트남 라오스 등의 아시아권 공산국가에 대해 「자유아시아방송」의 설치를 고려하고 있고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 민주봉사단을 파견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인권문제의 강조는 중국,북한과의 외교적인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최혜국대우 취소라는 무역제재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요. 마지막으로 안보면에서는 집단 개입정책이 골자를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클린턴은 일본 독일 등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독일에 세계안보의 책임을 분담시킨다는 정책의 반영입니다. 그렇다고 클린턴이 강력한 군사력을 포기한 것은 아니고 군사력 유지를 고수할 것입니다.
이는 일·중의 경제적 군사적 부상과 구 소련붕괴후의 불안정성 등으로 상징되는 냉전후 세계체제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이 위원=한반도 주변정세와 관련,지금까지 한 미,미 일 등 쌍무관계에 의한 안보체제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주한미군 철수는 기정사실지이지만 그 단계와 규모는 북한 전력에 대한 재평가 및 한반도 주변정세와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크게 보아 한반도정책에 있어서 특별한 변화는 예상되지 않지만 일본의 급부상,중국의 군비확충,구 소련의 불안 등은 아시아지역에서 새로운 세력균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한반도 주변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한데 이에 대한 클린턴의 정책기조는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보시는지요.
▲김 교수=클린턴의 대한반도 정책은 부시 행정부와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부시 행정부는 통일후에도 한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클린턴은 아직 이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클린턴의 민주당정부는 현재의 쌍무관계에 의한 안보협정 보다는 아시아지역내에서의 다자간 안보협의체를 선호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변화에 비추어 한미관계의 변화도 불가피하지만 한국의 적극적인 대응에 따라서는 오히려 보다 충실한 동반자적 관계로 진전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미국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고 한국에서의 민주화 진전과 남북통일의 가능성은 동북아시아에서의 한국의 비중을 높여줄 것입니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의 역할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을 고려,치밀하고 의연한 자세로 변화 가능성이 있는 대미 외교에 임해야 할 걸로 봅니다.<정리=고태성기자>정리=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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