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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편제­교과과정 바꿔야 한다(대학을 살리자: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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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편제­교과과정 바꿔야 한다(대학을 살리자: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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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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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친 과세분화… 학문 이기주의 초래/전공에만 치중 교양수업은 아예 “뒷전”/「전인격체」 형성위한 교육체계 하루빨리 뿌리내려야지식이 전문화되고 사회가 복잡 다변화하는 추세에 따라 대학의 전공분야도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첨단 정보사회의 요구와 사회변동에 부응하는 학과 신설 및 팽창현상은 자연스러운 추세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의 전공과정은 마치 대학원 교육의 예비과정인양 지나치게 세분화되고 있어 학제간 교류단절 및 학과 이기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전공교육이 심화되면서 교양과정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교양교육은 전공의 보조역할만 담당할 뿐 대학인으로서의 소양과 자질함양이란 목적은 살리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완성된 인격체 보다는 미세한 분야의 전문직업인으로만 교육받고 있어 대학이 「가치창조와 논리적 사고력을 지닌 성숙된 지성인」을 키워내는데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현 4백여과 개설

대학의 교육과정이 전문성과 보편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학문발전의 기초가 된다.

현재 전국대학에는 4백여종의 학과가 개설돼 있다. 7년전인 85년에는 3백25개,그보다 훨씬 전인 65년에는 1백78개 뿐이었다.

역사학과는 동양사 및 서양사학과로,법학과는 공법 및 사법학과로,생물학과는 분자생물 및 미생물학과로 나뉘었고 사회발전에 따라 산업공학·제어계측공학과 등 첨단 관련학과가 신설됐다.

교수들이 학문적 흥미와 관심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학과를 신설하기도 한다.

K대 김모교수(사회학)는 『교수들은 기존의 학과내에서 자신들의 학문적 영역이 위협받을 때 이를 보호하기 위해 분파적으로 결속,학과의 세분화 및 학제간 고립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백충현 교무처장은 『학과는 기본적으로 연구비 및 연구보조인력 확보를 위한 디딤돌일 뿐만 아니라 학문의 가치를 판가름하는 척도로 인식되고 있어 유사학과를 통폐합하려 해도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과목 중복도 많아

전공 심화에 따른 학과 이기주의는 학문체계 및 대학교육 목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연세대 이성호교수(교육학)는 『교수들은 자기보호 수단으로 자신의 과목을 「소유」하려 한다. 타 과목과의 균형이나 통합 또는 새로운 교과목의 개발을 위한 재조정을 거부하기 쉽고 「서로의 과목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상호간에 융통성있는 과목조정이나 협동적 개발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학문적 이기심으로 교과목들 상호간에 체계성 및 수직적 연계성,내면적 통합성이 결여된다.

교과목을 먼저 개발하고 필요에 따라 가르칠 교수를 초빙하는게 아니라 특정교수를 채용한 다음 그 교수의 전공에 따라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기도 한다.

교수 본위로 과목이 설정될 경우 계통성을 잃은 「누더기편제」가 될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지난해 발표한 서울대의 자체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매학기 개설되는 3천2백∼3천8백개의 전공과목중 사범대와 인문대 어문계열 과목 등 8백여개 과목이 중복 편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림대 정범모교수(교육학)는 『자기 과목이 필수가 아니면 괄시당한다고 생각하는 교수,인기없는 과목을 필수로 만들어 학생들을 묶어두려는 교수들로 인해 전공분야에서도 필수과목이 비정상적으로 늘고 있다』며 『전공필수는 「공통보편적인 기초과정」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벗어나 특정교수나 학문영역의 보호수단으로 전락됐다』고 지적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자료에 의하면 1백10개 대학중 41개 대학(37.3%)이 전공필수가 선택과목 보다 많았다.

학과 이기주의는 학생들을 오로지 전공에만 파묻혀 지내도록 만들기도 한다.

일부 대학에서는 전공과목의 경우 해당학과 학생들만 수강대상으로 삼고 타학과 수강생들을 배타시하거나 수강포기를 은근히 강요하기도 한다.

S대 이모군(21·영문 2)은 『사회학과 전공과목인 계층론을 수강하려 했으나 담당교수가 「타과생들은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는데다 학점을 따는데도 전공자보다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수강신청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학과의 분화·팽창은 대학의 재정적 기반이 되는 정원 확보의 수단으로 가속화되기도 한다.

연세대 이성호교수는 『대학의 이념적 특성,지역사회의 여건을 무시하고 무조건 타대학에 설치된 학과를 따라서 신설해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무분별한 학과팽창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대학원 수준에서나 다루어야할 심화된 학문분야를 학부학과에 설치하거나 전문대학 수준의 교육으로도 충분한 준전문분야의 학과를 신설하는 경우가 매년 늘고 있다.

이같은 필요이상의 전공심화로 인해 교양교육은 전공의 보조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서울대 인문대학장보 유평근교수(불문학)는 『현행 교양과목은 「전공기초과목」 수준으로 편성돼 있어 지성인으로서의 자질함양이라는 목적에 부합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교양과정 강화를 통해 학부교육의 체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대 연세대를 비롯한 전국대학의 교양과정은 각종 개론,원론,「○○입문」 등 전공 기초과목과 영어 국어 수학 등 도구과목,국민윤리 한국사 등 국책과목,채플과 같은 교책과목 등이 대부분이다.

홍익대 강신웅교수(교육학)는 『대학교육이 양적 팽창과 질적 저하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교양교육을 과감히 불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조사에서 연세대의 경우 「교양과목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98.5%나 되며 전면개정을 원하는 학생도 52.8%나 됐다.

경상대의 경우도 92.3%의 학생들이 교양과목 개정을 요구했으며 개정이유로는 ▲진부한 교과과정(50.7%) ▲교수방법 및 내용(29.2%) ▲과밀한 학급규모(15.3%)를 들었다.

○유사과 통폐합을

중앙대 박영근교수(불문학)는 『교양교육을 정상화시키려면 학점체계를 전체적으로 재조정,절대학점을 확보하고 전공과목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원 중심대학을 표방한 서울대의 경우 지난해부터 학문체계 정립 연구작업의 일환으로 교양과목 강화 및 유사학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는 92학년도부터 공대의 전기·전자·제어공학과를 하나로 통합해 계열단위로 모집했으며 앞으로도 서양사·동양사를 사학과로,사법·공법을 법학과로 묶는 등 소계열별 모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외적 압력에 따른 변화에 지극히 보수적인 교수들은 서로간에 전공학과가 다를 경우 높은 담을 쌓게 된다. 그러나 교수 중심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이 배울 권리를 희생당해서는 안된다.

학문발전과 대학의 효율적인 재정투자를 위해 교과과정을 재편성하고 유사학과는 과감히 통폐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학문연구­재정투자 효율화 포석/영남대 내년부터 일부 학과 통폐합 결정/중점학과로 선정 집중 육성키로

대구 영남대가 98학년도부터 공대 미대 음대의 9개학과를 4개로 통폐합하고 기계공학과를 중점학과로 선정,집중 육성키로 한 것은 학문연구와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겨냥한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사학과 통폐합과 중점학과 육성방안을 연구해온 영남대는 최근 공대 기계공학과와 정밀기계공학과,기계설계학과 등 3개 학과를 기계공학과로 흡수통합하고 법대 공법학과와 사법학과를 법학과로,미대의 동양화과와 서양화과를 회화과로,음대의 피아노과와 관현악과를 기악과로 각각 통폐합,교육부에 신입생 모집요강을 제출한바 있다.

영남대는 통폐합전 교수 학생 등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재학생은 물론 동문들까지 이같은 발전적인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대학은 앞으로 중점학과를 전국은 물론 세계적인 학과로 손색이 없도록 집중지원할 예정이어서 학내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새 제도도입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극소화하기 위해 중점학과 선정은 3단계로 나누어 추진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중점학과 지원정책과 학과통합 지원책을 바탕으로 유사학과의 자율적 통합을 유도한다.

2단계에서는 통합된 학과로부터 중점학과 지정신청을 받아 심사후 일정기준을 통과하면 중점학과로 선정한다.

3단계로는 중점학과에 대한 평가회를 매년 실시,제도를 보완해 나간다.

지난 6월 교무위원회를 통과한 중점학과 육성 및 선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인 기준은 ▲학문 및 기술발전의 국내외 추세에 부응하는 학과 ▲정부의 중점 육성학과 ▲지역사회 요구에 부응하는 학과 ▲특성화분야 설정이 필요한 학과 ▲우수교원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학과 등이다.

여기에 교수의 연구실적,교육,학과운영 등 계량적 기준을 점수화해서 종합 평가한다.

최근 4년간 교수 1인이 평균 연구실적이 자연계열은 5백%,인문계열은 3백% 이상이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교수 1인당 1년동안 전국 최고수준의 학회지 등에 1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것을 1백%로 간주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영남대의 이같은 기준은 상당히 높은 것이다.

학술지도 ABC로 나누어 평가배점을 달리한다.

A는 국제수준의 동일분야 학술지 가운데 상위 4위권 이내이거나 동일분야에서 국내 최고수준의 학술지를 말한다.

중점학과에 대해서는 4년단위로 종합평가,연구와 교육의 질이 지정했을 당시보다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총장은 소정의 절차를 거쳐 중점학과 지정을 취소한다. 중점학과 지정이 취소된 학과에 대해서는 추가 개설된 과목수를 50% 이내로 축소하고 지원정책을 전면 중단한다.

□특별취재반

설희관차장·유승우·김현수·장현규·남대희·이성철·김병주기자(사회부)

이기룡차장(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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