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단 한차례 뿐이다. 단 한차례 뿐인 삶은 규모에 알맞게 가꾸어 나가야만 건강하고 보람있게 꽃피울 수 있다. 규모에 걸맞지 않게 허장성세로 꾸려가는 삶은 끝내 파탄에 이르고 말 것이다.그런데 우리들은 어느 사이엔가 규모있는 삶 대신에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생활습관에 젖어들고 말았다.
한국은행이 입수한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ESCAP) 회원국 생활수준 비교분석표에 따르면 11개 회원국중 한국인은 술,담배,옷값에 가장 지출이 많으며 신문,도서구입비,의료비지출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소득에 알맞은 지출을 100으로 했을 때 한국인의 알코올성 음료비지출은 2배에 가까운 190.8로 태국인의 147.2,일본인의 129.1을 크게 앞질렀다. 또한 의류비지출은 295.9로 적정수준의 3배에 이른다. 그런가하면 도서 신문구입비는 60.3,의료비는 52.1로 적정수준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는 최하위권이다. 창피스럽기만한 이같은 수치중 그래도 내세울만한 수치는 136.3으로 가장 높은 교육비지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흥청망청 먹고 마시며 즐기기만 하고 지적인 교양의 함양과 자질향상에는 힘을 기울이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소양이 개인은 물론,가정·직장·지역사회 등 모든 사회단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산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같은 향락적이고 소비적인 생활관습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 지극히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의료비와 도서구입비가 적정수준의 절반에 불과한데 비해 일본의 의료비 162.4,도서구입비 155로 적정수준을 크게 웃돌 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거의 3배나 된다. 한일간의 기술격차 해소가 현안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서 의료비와 도서구입비가 저들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저들의 복지수준과 기술수준을 원천적으로 따라잡기 힘들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ESCAP의 생활수준 비교분석은 7년전인 1985년의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라고 한다. 1985년이라면 서울 아시아경기대회와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우리가 허리춤을 졸라매며 열심히 뛰고 일하던 시절이다.
우리가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하는 시절의 생활습관이 이러했다면 3D현상으로 사회기강이 훨씬 해이되고 소비풍조가 만연된 오늘의 상황은 이 보다 몇배나 악화되어 있다고 상정할 수도 있다. 공개된 자료에 나타난 수치보다도 더 부끄러운 수치로 장식되어 있을 오늘의 우리의 생활습관을 바로잡기 위해,우리 모두는 무엇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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