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악용땐 중대 결단”/민주/관망속 반사이익 기대/민자/“철저하 수사… 공개해야”/국민정상궤도에 접어든 대선정국에서 정치인의 간첩단사건 연루설이 계속 흘러나와 그 파장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현승종 국무총리가 최근 모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간첩과 접촉한 정치인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 것에 자극받은 민주당 의원들은 2일 예결위에서 현 총리의 진상해명을 요구한데 이어 김대중대표는 3일 강경대응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조만간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말만 거듭하고 있어 정치인 연루설의 파문은 쉽게 식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 예결위에서 당소속의원들이 현승종총리의 일간지 회견내용을 문제삼아 전면적인 공세를 취한데 이어 김대중대표가 3일 「중대결단」 결심까지 밝힘으로써 「간첩단사건」에 정면 대응할 태도임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수원 경기도지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노태우대통령의 중립성 여부가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태도로 가늠될 것』이라면서 『또다시 이번 사건을 정치에 악용하려 한다면 중대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총무도 이날 전날 국회 예결위에서의 「공세」와 관련,『일단 문제를 공개화했다는 점에서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최소한 우리의 그러한 행동이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국민들에 전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무는 『어제 예결위에서의 공세는 당지도부와 사전 상의없이 총무단이 독자적으로 결정,지시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민주당의 이같은 정면공세 배경에 당내의 충분한 사전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민주당내서도 그동안 김 대표의 입법 보조원 이근희씨의 간첩단 연루이후 계속되는 민자·국민당의 「소문을 근거로한 흠집내기」를 더이상 묵인해선 안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왔다. 그러나 마땅한 계기없이 과도한 공세를 취할 경우 오히려 빌미를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행동을 자제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밑도 끝도없이 떠돌던 「정치인 추가관련설」을 현 총리가 한 신문과의 회견에서 확인한 사태를 방관할 경우 대선에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긴박감에서 차제에 문제를 정리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또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자체 조사를 통해 간첩단과 「범죄를 구성할만한 접촉」을 가진 당내 인사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특히 「접촉설」의 거론대상이 민주당 뿐만 아니라 권력 핵심부,민자당 등에도 골고루 퍼져있다는 점을 들면서 공연한 침묵은 오해만을 증폭시킨다는 고려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민자당이 이번 간첩단사건에 대해 시종일관 국외자적 입장을 견지할 것임을 분명히하고 있다.
중립내각 출범으로 고위대책회의 등 당정간의 고리가 없어진 이상 당측이 나서 왈가왈부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며 정부 관계당국의 수사권을 전적으로 존중하겠다는 자세이다.
따라서 최근 정치권 인사의 연루여부를 둘러싼 정부측과 민주당 의원들간의 공방도 당사자들간의 문제일 뿐 민자당이 관여할 필요성이 전혀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여기에는 또한 민자당이 이번 사건에 관한한 민주당에 대해 공세적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할 경우 현 대선구도의 손상 등 적지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하고 있는듯하다.
박희태대변인 등이 이날 『우리는 사건의 진상을 모르고 있으며 수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한 것은 이같은 「소극적」 자세를 단적으로 반영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자당은 내심 대선에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김대중 민주당 대표에 대한 「상처내기」를 시도해온 것이 사실이다.
민자당측은 이미 간첩단사건의 발표직후 김 민주 대표의 국회 국방위원 사퇴를 촉구했고 지난 2일 민주당의 보안법 개폐공약이 발표되자 『그렇다면 간첩을 허용·고무하자는 뜻이냐』고 반박했다.
민자당은 앞으로도 이번 사건의 정면 재점화는 피하되 상황에 따라 김 민주 대표 및 민주당의 사상성향 문제를 은근히 거론해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듯하다.
○…국민당은 「간첩단사건」 초기단계부터 민자당 못지 않게 이 사건의 정치인 관련설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국민당은 이 문제를 제기하는 명분으로 『간첩단사건은 특정정당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가의 기틀이 걸린 사안』 『이 사건에 관련된 의원이 있다면 함께 국정을 논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왔다.
국민당은 겉으로는 이같은 명분론을 내세우면서도 내심 이 사건의 정치적 의미를 즐기는듯한 태도를 보여왔으며 이 때문에 최근 들어 민주당과 불편한 관계에 들어섰다.
국민당은 따라서 현승종총리의 정치인 관련 언급이나 정부의 수사태도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와관련,변정일대변인은 『간첩단사건 수사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면서 『관련자는 정치인이든 아니든 가리지 말고 철저히 수사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대변인은 특히 『사건전모를 발표하지 않는 것이 중립내각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라고 조속한 공개를 촉구했다.<황영식·유성식기자>황영식·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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