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는 남부서 “불안정한 리드”/텍사스 페로 돌풍땐 공화 참패【뉴욕=김수종특파원】 주사위는 던져졌다. 앞으로 4년간 미국과 함께 세계정치를 이끌어가는 미 대통령을 뽑는 투표의 날이 밝았다.
이곳 동부지역의 날씨는 그다지 쾌청하지 못하다. 그러나 한표 한표를 행사하는 유권자들의 표정은 밝다. 변화의 새시대를 자신들의 손으로 이루어 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변화는 올 것인가. 현재로선 『그렇다』다. 「변화의 기운」이 사방에 서려있다.
한때 줄어들었던 빌 클린턴과 조지 부시의 지지율 격차는 투표전날 마지막으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시 큰 폭으로 벌어졌다. 클린턴을 비추는 희망의 햇살이 부시에게는 절망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부시에 대한 최고 지지율이 클린턴에 대한 최저 지지율을 단 한번도 앞서 본 적은 없다.
투표일 아침 미 언론과 선거전문가들이 그려 내놓은 「선거인단 지도」가 새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최대 인구밀집지역인 대서양연안 각주는 이미 클린턴쪽에 기울었다. 33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뉴욕주는 부시 진영이 아예 선거운동을 포기한 곳이다(이하 괄호안은 선거인단수). 메릴랜드(10) 워싱턴 DC(3)도 클린턴 진영으로 크게 기울어 있다.
뉴잉글랜드지방은 전통적인 민주당 아성으로 클린턴에 절대 유리한 지역.
메사추세츠(12)와 로드아일랜드(4) 버몬트(3) 메인(4)주는 이미 클린턴에게 떨어진 상태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아성인 뉴햄프셔(4) 조차 여론조사에서 시소를 계속했으며 부시의 아버지가 상원의원을 지냈던 코네티컷(8)에서도 부시가 「추격전」을 벌여 왔을 정도다.
태평양연안주도 클린턴에 경도돼 있다. 최대 선거인단을 보유한 캘리포니아(54)는 극도의 경제불황 등으로 오래전에 부시를 등졌다.
워싱턴(11) 오리건(7)도 여론조사 결과는 클린턴쪽이다. 하와이(4)는 민주당 표밭이며,공화당지역인 알래스카(3)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태다.
5대호·중서부 평원지역은 부시에겐 당락이 걸린 접전지역이다. 미국 제조업 후퇴의 타격을 가장 많이 입은 곳으로 클린턴이 우세했다가 막판에 부시 선거운동이 활력을 찾으면서 접전지역으로 변했다. 일리노이(2) 미네소타(10) 웨스트버지니아(5)는 난공불락의 클린턴 영역이다. 댄 퀘일 부통령의 고향인 인디애나(12) 네브래스카(5)는 부시가 유리하다.
오하이오는 대통령선거에서만은 언제나 공화당편을 들었다. 케네디가 60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표면적 열기를 믿었다가 참패하자 『나의 마음을 찢어 놓은 곳』이라고 술회한 곳이다. 그런만큼 부시가 오하이호를 잃을 경우 중서부에서는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결과가 큰 관심사다.
텍사스(32)는 부시가 고향으로 내세우는 공화당 영역이지만 페로 돌풍이 도사리고 있어 자칫하면 클린턴이 어부지리로 32명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 공화당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시나리오다.
선거인단 지도를 일별하면 클린턴은 대서양연안 동부주와 서해안지역을 확고히 다져놓은 반면 부시는 남부주에서 불안정한 우위를 지키고 있을 따름이다. 클린턴이 자물쇠를 채워놓다시피 한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의 선거인단만 88명으로 부시의 승리 가능성이 있는 택사스주와 플로리다주의 선거인단 57명보다 월등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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