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조기과열 분위기가 우려되고 있는 대통령선거에 난데없이 간첩단사건 여파까지 몰아쳐 세상을 더욱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간첩단이 접촉한 사람중에 정치인이 끼여있다는 현승종총리의 발설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 이 복병은 지금 대선정국에 일대 소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마디로 유감스러운 사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몇몇 정치인들이 간첩단사건과 관련되어 있다는 소문은 현 총리가 말하기전부터 나돌았었다. 주로 일부 민주당 의원들 이름이 항간에 공공연히 떠돌 정도였다.
하필 선거 때에 꼬리도 없는 소문들이 나도는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켸켸묵은 매카시 수법으로 선거분위기를 오도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얘기도 들렸다.
민주당은 몹시 경계하는 태세였고 민자당은 말없이 구경이나 하자는 속셈인듯 했는데 현 총리의 발설을 계기로 양당간의 신경전이 노골화되었다는 느낌이다.
현 총리의 발설로 정치인의 간첩단 관련 접촉설이 기정사실화하자 이번에는 민주당에서 청와대와 민자당 안에도 관련자가 있다고 역습을 펴고 나왔다. 이러다가는 서로가 관련이 있느니 없느니하는 헛된 공방으로 부질없는 싸움을 확산시킬 것이 분명하다.
상대의 결점을 헐뜯고 허점을 찾아 물고 늘어지는 저열한 비방·비난과 인신공격을 지양하고 깨끗한 정책대결로 대선분위기를 유도해야 하는 시점이어서,이번 간첩단 관련설 공방은 더욱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씻기 위해서 우리는 사실을 사실대로 국민앞에 솔직히 밝힐 것을 당국에 권고한다. 아직까지 내사중이라고 하지만 하루속히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것만이 잡음의 소지를 없애고 소동을 잠재우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현 총리가 신문회견과 국회답변을 통해 간첩단의 정치인 접촉설을 확인한 목적이 특정정당이나 정치인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대북 경계심을 촉구하려는 순수한 의도에 있었다고 보고싶다.
그러나 간첩단사건이란 정치권과 결부될 때 치명적인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미묘한 성격을 갖고 있다.
특히 선거 때에는 폭발성까지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시한폭탄을 다루듯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명확한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형태의 언급도 삼가는 것이 옳은 것이다. 수사결과가 공식 발표된 뒤에도 서로가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유리한 방향으로 왈가왈부해 왔던게 정치권의 생리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보나마나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당국의 내사가 하루속히 끝나 사실이 사실대로 밝혀지기를 바라면서도 우리는 그 모든 과정에서 신중을 기하는 당국의 자세가 더욱 요청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시 말하지만,간첩사건이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 치명적이고,특히 선거 때에는 폭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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