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추곡수매를 가격인상률 5%,수매물량 8백50만섬으로 확정지음으로써 앞으로 있을 국회동의 과정에서 적지않은 논란을 빚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가격인상률과 수매량은 정치권의 주장하고 있는 8∼15% 인상,1천만∼1천1백만섬 수매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일 뿐더러 양곡유통위원회가 건의한 7∼9% 인상,8백50만∼9백50만섬 수매에도 크게 못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수매가와 수매량을 둘러싼 논쟁은 지난 89년 정부가 일반미의 수매·방출을 시작하면서부터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골칫거리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수매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어 올해도 예외없이 심한 공방이 벌어질 수 밖에 없게된 셈이다. 민간의 쌀시장이 극도로 위축되고 수확기에 양곡상들이 쌀수입을 기피하는 상황아래서는 정부 수매이외에 농가가 쌀을 제값을 받고 팔기란 사실상 어렵게 되어있다. 현재만 하더라도 산지 쌀값이 작년보다 가마당 2만원 수준이나 밑돌고 있는 판에 농민이 되도록 많은 쌀을 높은 가격으로 정부가 수매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농민들은 쌀생산량의 20% 정도를 자체 소비하고 30% 정도를 정부수매,나머지 50%를 민간유통시장에다 출하하고 있는데 정부가 너무 낮은 값에 쌀을 방출하는 바람에 산지 쌀값을 하락시키고 농민들이 민간시장 출하를 불리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이중곡가제가 물가안정과 도시 서민층 보호라는 정책적 목적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은 이해되나 이것이 쌀의 유통체계를 왜곡시키고 있다면 의당 재고되어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쌀의 방출가격을 지금보다 10∼15% 올려 현실화하도록 건의한 올해 양곡유통위의 건의를 묵살해버렸다.
높은 수매가와 그보다 낮은 방출가 때문에 막대한 양곡관리기금 적자를 발생시키고 재정에 큰 압박을 받게 만들면서도 효율성 낮은 수매제도를 고집하는 정부의 의도를 우리는 헤아리기 곤란하며,더욱이나 싼 방출가가 농민들이 직접 시장에 출하하는 물량에 대한 가격지지를 외면한 처사라는 점에서 물가안정만을 앞세운 저방출가격의 재검토는 필수라고 보는 것이다.
이제 추곡수매 문제는 국회의 심의로 넘어갔다. 정부의 재정 형편상 일부 정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15% 인상에다 1천1백만섬 수매는 무리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양곡유통위가 건의한 7∼9%선까지는 가격이 인상되어야 옳다고 보며,방출가의 인상을 고려하지 못하겠다면 수매량도 얼마간 더 올려야 농민들이 정부시책을 납득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수매에 의한 쌀가격 지지제도가 단순히 생산비 보상에만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도농간의 소득격차를 줄이고 농촌경제를 돕는다는 근본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면 더욱이나 수매가와 수매량은 상향조정되어야 옳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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