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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롤터해협/「죽음」과 「풍요」의 갈림길인가(특파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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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롤터해협/「죽음」과 「풍요」의 갈림길인가(특파원리포트)

입력
1992.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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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피해 아난민 유럽 도선행렬/풍랑에 익사·단속불구 끊임없어【파리=한기봉특파원】 죽음의 해협인가,꿈의 해협인가.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최단거리인 지브롤터해협에 기아에서 탈출,풍요를 찾으려는 아프리카인의 목숨을 건 행렬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이 눈앞에 보이는 모로코의 최북단 도시 탕헤르 해변.

어둠이 내리면 길이 5m의 나룻배와 노에 의지한 대탈출이 시작된다. 「신세계」는 불과 15㎞. 그러나 변덕이 심한 밤바다는 아프리카인의 필사적 희망을 앗아가곤 한다. 새벽이 되면 해변에는 이름과 국적을 알 수 없는 익사체들이 파도에 밀려온다.

마치 금광을 찾아 모이듯 탕헤르와 스페인 최남단 타리파는 굶주림과 내전에 신음하는 아프리카 빈민들의 임시 수용소가 돼가고 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인 르몽드와 르피가로는 최근 지브롤터해협의 불법이민 현장을 르포,「죽음의 해협」 「절망의 나룻배」라는 제목으로 아프리카의 또다른 비극을 추적했다.

주로 프랑스와 독일,이탈리아로 향하는 아프리카의 불법이민들은 스페인 해양경찰대와 세관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최근 그 숫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89년부터 지금까지 현장에서 체포된 3천여명중 올해 적발된 불법이민만 1천5백50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그러나 단속되지 않은 숫자는 이보다 최소한 5배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아프리카인들의 유럽 불법이민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아프리카의 기아와 내전 등 불안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일부 국가에서는 더욱 악화되고 있는데다 유럽통합이 일자리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불법이민을 기도하는 많은 수가 심각한 기아위기에 처한 에티오피아,소말리아인들이고 이밖에 모로코,세네갈,아리보리코스트 등의 국민들이다.

『누구도 이 행렬을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가난을 맞지 못하는 것과 같다. 경찰도 죽음도 이들을 배에서 끌어내리지 못한다. 그들은 배삯을 내기위해 전재산을 팔아 고향을 떠나 몇달동안 걸어서 이 곳에 도착한다. 탈출현장에서 적발해도 그들 나라에 돌려 보낼 방도가 없다. 돈이 한푼도 없기 때문이다』

모로코 경찰의 이야기다.

아프리카를 등지려는 사람들은 모로코의 탕헤르시 등에서 불법이민을 알선하고 이들을 실어 나르는 도선업자들과 만난다. 배라고 해봤자 오리잡이 배로 쓰였던 낡은 나룻배가 대부분이다. 일기예보를 잘 듣고 서풍이 부는 날을 골라 한밤중에 해안을 떠난다. 해협을 건너는 시간은 5∼6시간. 그러나 날씨가 돌변해 동풍이 불면 큰 파도를 만나 십수명이 익사할 수 밖에 없다.

무사히 한밤에 지블롤터해엽을 건너는데 성공한 사람들은 스페인의 해양 경비대에 붙잡혀도 대다수는 고향에 돌아가지 않게 된다. 타리파시의 불법이민자 수용소는 이들을 40일간 억류,조사하지만 이들은 모든 수단을 다 써서 국적과 신분을 감춘다. 수용소는 『한달안에 출국하라』는 추방명령과 함께 이들을 석방한다. 한달은 이들이 유럽의 어딘가 먼곳으로 사라지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지브롤터해협이 불법이민의 길목이 되자 하산 모로코 국왕은 지난 7일 강력한 단속령을 내리고 이민 브로커와 불법이민자들을 색출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브롤터해엽의 나룻배는 줄지 않을 것이다. 굶주림보다 더 두려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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