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축에 만6천명 실업 사회문제로부산의 주요 신발회사들이 잇달아 도산하면서 국내 신발업계가 붕락하고 있다. 중소 신발회사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신발산업을 이끌어오던 중견 회사들까지 잇달아 쓰러지거나 도산위기에 몰리고 있다. 국내 신발업계는 세계 최고수준의 운동화를 생산하면서도 힘없이 주저앉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주)진양이 31일 경영악화로 신발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또 같은날 상장기업이며 「헉스」로 널리 알려진 (주)성화가 1차부도를 냈다. 이들 두기업은 비교적 내실이 있는 신발업체들이어서 충격을더 하고있다. 이에앞서 국내 5대 신발메이커인 (주)삼화가 지난 9월 부도를 내는 등 신발업계에 연쇄도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서는 지금까지 신발 부품업체를 포함해 모두 1백6개 회사가 쓰러졌다. 90년의 97개사,91년의 1백89개사를 합치면 약 3년 사이에 4백개 이상의 신발회사 및 관련 기업들이 휴폐업을 한 것이다. 이에따라 지역경제 위축은 물론 휴폐업으로 인한 대량실업이 발생하는 등 사회문제까지 야기되고 있다.
특히 부산경제는 신발업계의 붕락과 함께 동반추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산경제의 신발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제조업 근로자 10명중 4명정도가 신발관련 기업에서 일하고 있으며 부산지역 제조업 총생산의 약 24%,수출의 절반이상을 신발산업이 담당하고 있다.
더욱이 부산 섬유업계의 대표격인 쌍미실업까지 최근 부도를 내는 바람에 현재 부산 경제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하다. 신발업계의 잇단 도산으로 올들어 1만6천여명의 부산지역 주민이 작장을 잃었다.
「만들면 팔리고 공장을 차리면 돈을 번다」던 신발산업이 이처럼 최악의 위기에 몰린 것은 지난 88년을 정점으로 수출이 줄어들면서부터. 급격한 임금상승과 중국,인도네시아 등 후발개도국의 추격이 겹쳐 급격하게 대외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지난 90년 단일품목으로 수출 1위를 차지했던 신발수출은 지난해 10.6%의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는 전년동기에 비해 18.6%나 줄어들었다.
그 원인은 크게 정부의 정책부재와 업계의 자구노력 부족을 들 수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신발업을 산업합리화 업종으로 지정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시설 개최자금으로 2천억원을 결정해두었으나 실제 현재까지 이 자금을 신청한 금액은 17개사의 99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이처럼 융자신청이 부진한 것은 융자조건이 일반자금과 비슷해 별 이점이 없는데다 자동화설비를 한다해도 노동집약적인 업종 특성상 경쟁력 회복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업계의 판단 때문이다.
또 현재 국내 신발수출의 95% 이상은 이윤폭이 거의 없는 주문자 상표부착방식(OEM)이다. 프로스펙스나 르카프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량이 자기상표가 아니다. 대신 리복,나이키 등 외국상표를 부착한 신발을 만들고 있다. 우리 신발산업이 세계정상급 품질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외국 바이어의 주문량 격감에 업계 전체가 휘청거리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동안 국내업계는 외국 유명신발회사의 「하청공장」에 만족,스스로 자립하는 힘을 키우지 못했던 것이다. 국내 신발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상표의 개발과 설비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디자인 개발과 품질 고급화를 통한 고가화전략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김경철기자>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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