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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여건이 문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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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여건이 문제다(사설)

입력
1992.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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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년반여동안 어려운 작업 끝에 6차 고등학교 교육과정 개정방안을 최종 확정,고시했다.6차 고교 교육과정 개정방안이 담고 있는 2세교육의 방향과 정책의지가 지난 5차례의 교육과정 개정 가운데 어느 때의 것 보다도 내실있고 미래지향적이며 그동안의 잘못된 것들을 본질적으로 개선해 보겠다는 목표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고 판단된다.

이번 고교 교육과정 개정의 주요 핵심들을 살펴보면 ▲중앙집권·집중형 교육과정을 지방분권형으로 개편,지방교육 자치 정신에 맞도록 했고 ▲단일적이고 모든 학교가 똑같은 교과목을 다양·특성화할 수 있게 했고 ▲주당 36시간,한학기 18∼20과목 이수라는 과다한 학습부담을 줄이기 위해 34시간·한학기 12과목 내외로 가볍게 했고 ▲우수자와 열등자,승자와 패자,성공과 실패식의 양분법적 약육강식형 교육을 공존공영,적성과 조화,개성화와 협동 등 보다 나은 인간교육에 역점을 두는 교육으로 바꿔나가도록 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것은 오로지 대학입시에 대비하기 위해 국어·영어·수학만을 중점적이고 주입식으로 가르쳐 입시학원화한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해 보겠다는 새로운 교육설계라고 할 수 있으며,전체적으로는 별로 나무랄데가 없어 매우 긍정적인 평점을 주고 싶다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설계나 시나리오가 좋다고 해서 훌륭한 건물이 서고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훌륭한 고교교육 개정방안이 실효를 거둬 보다나은 2세를 길러내려면 그에 따른 필요하고도 충분한 전제여건들이 갖춰져야 한다.

이러한 이상적인 교육과정을 틀림없이 전수할 교원의 뒷받침,그에 따른 부수적인 학습자료와 실험실습 기자재 확보,교사와 학생이 인간적으로 접촉할 수 있을 정도로 교육환경을 개선해주는 일들이 최소한 이 교육 개정방안을 교과서화하는 96학년도 이전까지는 갖춰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행과 같은 대학입시제도가 지속되어 고교가 국·영·수 중심의 교육을 계속하고,고교 졸업자의 80% 이상이 4년제 대학을 가야겠다고 아우성을 치며,학부모가 인간을 만드는 교육이전에 소위 일류대학에 한명이라도 더 입학시켜 달라고 고교측에 강요를 하는 왜곡된 고학력 풍조가 계속된다면,아무리 이상적으로 만들어진 고교 교육과정이라도 헛것이 되고 말 것은 뻔하다. 정책당국은 그 전제여건을 마련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서 고교가 점수를 위한 교육이 아닌 진짜 인간교육을 해내는 교육기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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