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식 혁신물결… 클린턴에 승산/“냉전시대 대통령 부시” 국민들 식상독일 최고권위의 주간신문 디 차이트(Die Zeit)는 30일자 최근호에 가능성이 높아진 미국 정권교체의 배경과 의미를 객관적 시각에서 분석한 발행인 테오 좀머는 논평을 게재했다.
60년이래 역대 미 대통령선거를 취재한 저명한 논평가 테오 좀머의 최근 2주일간 미국 각지를 돌아보고 『미국에 역사적인 조류변화가 오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조지 부시의 지연된 작별」이란 제목의 글을 요약,소개한다.<편집자주>편집자주>
【베를린=강병태특파원】 아직도 조지 부시의 대열에 서있는 이는 공화당에서도 찾기 어렵다. 부시는 책임과 의지를 국민들에게 분명히 밝히지 못하고 있고,정치동료들조차 부시는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에는 과거 케네디의 승리가 몰고왔던 「물갈이」가 재현되고 있다. 미국사회가 완전한 확신을 갖고 클린턴에게 기우는 것은 아닐지라도 완전한 염증을 갖고 조지 부시로부터 이반하고 있다.
미국 역사에는 정치리듬을 지배하는 법칙이 있다. 보수와 혁신,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복지,경제성장과 사회정의,야경국가와 정부주도,대외지향과 대내지향,제국주의적 개입과 고립주의를 오가는 순환의 법칙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는 『90년을 전후해 다시 혁신을 가져올 여론과 가치관의 격변이 올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이 혁신은 1901년 데오도어 루스벨트,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1961년 존 케네디로 이어져온 것이다. 30년전 케네디시대에 정치적 성년이 된 세대가 사회의 중추에 도달한 것이 바로 90년대다. 이 예언은 92년 가을 클린턴 고어팀의 대두로 적중되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의 예상되는 승리는 미국정치의 순환법칙의 작용만은 아니다. 부시는 자신의 역사적 무감각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부시의 재임중 세계는 근본적으로 변했으나,그는 과거의 질서에 매달려왔다.
그의 재임중 냉전종식과 공산주의 붕괴 핵위협 소멸 등이 이뤄졌다. 그는 사담 후세인 저지와 중동평화협상 중남미 민주화 등에 주도적 기여를 했다. 이는 역사에 영광된 한장을 차지하고 순조로운 재선을 보장하기에 충분한듯 했다.
그러나 부시의 기대가 빗나간 것은 그가 「전시대통령」이지만,이번 선거는 「전후선거」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미 위기가 지나간 것을 알고 있다. 걸프전 승전퍼레이드가 지나간 거리에 군수산업 실업자군이 내몰린 것을 보고 있다. 여기에 후세인은 건재하며,세계는 「신질서」 대신 혼돈이 지배하고 있다. 부시는 선거전에서 「군수통수권자」를 내세우지만,유권자들은 시들하다. 『군수통수권자가 미흡하더라도 안보위험은 없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베를린장벽 붕괴 수년전에 이미 냉전적 구호와 대외정책적 선동에 식상했다. 미국민들은 국내문제에 집중할 계기를 고대했고,레이건이 「악의 제국」의 고르바초프와 화해하는 것으로 그 계기는 도래했었다.
그러나 부시는 걸프전후에도 국민들이 냉전시대의 공포와 헌신에 대한 보상,즉 「다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아메리카」를 갈구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그 「자랑스런 아메리카」를 위한 새로운 목표는 경제경쟁력의 회복,교육개혁,의료보장제도 개혁,도시재개발,사회기반시설 재건 등이다. 부시는 TV토론에서도 이 시급한 문제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우를 범했다.
민주당은 양당 정치가 확립된후 33차례 대통령선거에서 12차례 밖에 승리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미국사회에서 국민들이 새로운 바람과 적극적 정부,유능한 대통령을 바랄 때만 민주당에 기회가 왔다. 이제 다시 그 기회가 온 것이다. 다음주 화요일(11월3일) 조지 부시의 지연된 작별이 완성될 것이 모든 징후로 미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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