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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근친상간/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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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근친상간/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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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자나 형제자매 등 가장 가까운 혈연간의 교배를 근친상간 또는 동계교배라고 한다. 동형접합체의 출현율을 높여주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집단내의 형질 균등화를 목적으로 할 때 이용된다.그러나 동계교배는 자주 반복하면 생존상 불리한 열성 유전자가 짝지어질 가능성이 많아 가급적이면 피하는게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와같은 동·식물계의 근친상간이나 동계교배의 역기능은 학문의 세계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즉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교수 등을 임용할 때 「자기 대학출신 우선 채용제도」는 학문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이론이다.

금세기초에 미국 하버드대학의 찰스 엘리어트 총장에 의해 제기된 「학문의 근친상간 해독론」은 구미 선진대학들에서 이론없이 수용된지 오래다. 그래서 다른 대학출신을 교수요원으로 「우선 임용」하는 것을 불문율로 하고 있다.

선진국의 명문대학들은 「대학의 학문발전 속도는 자기대학 출신자의 교수채용 비율에 반비례한다」고 믿고 있을 정도다.

아이디어 프러덕티비티(Idea productivity)란 말도 그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같은 지식 또는 연구만으론 1백의 생산성 밖에 안나온다. 서로다른 지식이나 연구방식을 교합하면 생산성이 2백이 될 수도 있고 3백이 될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들은 자기 대학출신을 교수요원으로 우선 채용하는 것을 자랑스런 전통인양 생각하고 있다. 이름께나 있거나 오래된 대학일수록 학문의 근친상간 실상은 훨씬 심하다.

얼마전 교육부가 국회에 낸 1백21개의 4년제 대학들의 자기 대학출신 교수채용 3개년 실태가 그것을 입증해준다. 서울대는 90년 채용한 22명과 91년의 36명을 1백% 서울대 출신을 채용했으며 올해 채용한 59명중 47명(80%)도 서울대 출신이어서 3년 평균치가 90%였다.

고려대는 90년 33명중 26명(76%),91년 34명중 27명(79%),92년 35명중 29명(83%)이 동문출신으로 평균 80%다. 연세대는 90년 42명중 40명(95%),91년 50명 전원(1백%),92년 53명중 50명(94%)이 동문출신으로 평균치는 96%로 국내 대학중 단연 제일이었다. 경북대 65%,부산대 59%,이화여대 55%다. 명문을 자처하고 전통을 자랑하는 대학들이 거의 다 이 모양이다.

세계의 명문인 하버드대학은 제대학출신 학사교수 요원은 11.7%,제대학 박사교수래야 16.3%에 불과하다. 스탠퍼드대학은 동물출신 학사교수 요원은 아예 없고 동문박사 교수도 1.1%다.

자기대학 출신 우선 임용제도는 선·후배 교수간의 결합력,대학의 특성과 전통의 유지,교수와 학생간의 동문의식에서 연유되는 유대강화,요즘처럼 대졸자 취업난이 심각할 때 졸업생의 취업률을 높인다는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동문출신 비율이 20% 안팎일 때나 기대할만한 것이지,그것이 우리처럼 60∼80%를 넘고 1백%에 가까운 다른 대학출신이 얼씬도 하지못할 정도가 되면 대학의 핵심적 본질적인 학문의 발전이 침해당하고 경쟁력을 상실하는 역기능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의 총장들도 이를 모르지는 않으면서 『남이 그러니 나도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식이다. 개선의 의지를 포기한 상태여서 더욱 한심스럽기만 하다.

대학교수들이 평가받기를 두려워하고 부교수만 되면 65세 정년보장을 주장하며 제자교수에게 대물림이나 하면서 학문적 경쟁없이 현실에 안주하는 무사안일에만 탐닉한다면,국제수준급의 대학을 만들어 대학교육의 수월성을 추구하는 일과 참된 국제경쟁력을 기르는 중대사를 누구에게 기대해야 할 것인지,정말 걱정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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