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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할만한 일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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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할만한 일인가(사설)

입력
1992.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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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광마신드롬」과 「사라이즘」이란 유행어를 만들어낸 마광수교수가 외설혐의로 사법처리 대상에 올랐다. 검찰이 29일 헌법상의 음란문서 제조 및 판매혐의로 마 교수와 출판사 대표를 구속함으로써 마 교수의 소설작품은 예술이냐 외설이냐는 한계논쟁을 불러일으키게 되었으며,그에 따른 사회적 파문이 예상된다.검찰은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이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퇴폐적이고 도착적인 성행위를 노골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문자화된 포르노일 뿐』이라며 법적제재 불가피의 강경한 입장에 서 있다. 그래서 마 교수 등의 구속과 함께 문제의 책도 모두 회수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 교수는 『검찰이 문학작품의 표현을 문제삼아 작가를 구속하는 것은 문화적 후진국임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그런 문화 독점주의·성에 대한 이중주의·본때 보이기식 사고가 우리 문화의 자생적 자정능력 배양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의견차이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터이므로 우리로서는 당장 어느쪽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오늘날 무분별한 성의 홍수가 범람,청소년층 오염은 물론이고 큰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당국이 뒤늦게라도 외설·음란물에 대해 단속의 고삐를 당겨보려는 시도를 이해못할 바 아니다. 국민학생들마저 동네만화가게 별실이나 부모가 집을 비운 안방에서 음란비디오를 볼 수 있는 현실이 아닌가. 또한 현직 교수로써 젊은이들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친다는 마 교수의 작품에 대한 사법적 처단이야말로 큰 충격효과를 기대케 할 수 있다고 판단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불법 음란물과 현직 교수의 창작소설을 구분해서 보는 자세쯤은 의당 갖춰야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미 문단에서는 검찰의 자세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순히 성표현의 노골화 여부만으로 외설의 기준이 될 수 없고,소설의 구성과 작가정신 및 사회정서 등이 고려되어야 할 미묘한 작품세계의 문제를 법으로 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국내에서 사법적 심판대에 올랐던 작품으로는 정비석의 「자유부인」,박승훈교수의 「서울의 밤」,염재만씨의 「반노」가 꼽힌다. 그런데 지난 73년의 「반노」 사건무죄를 고비로 법해석상으로도 예술작품속의 음란의 개념이 점차 축소되는 경향임도 상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고보면 검찰이 도주나 증거인멸의 위험이 없는 현직 교수와 출판사 대표를 예술과 외설의 논쟁이 재연되는 가운데서 구속하고 나선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일반독자와 문화계 자체 판단에 맡길 수 있으면 좋고,그렇지 못할 경우라도 불구속 입건후 광범한 문화계의 자문을 구해 신중히 판단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의 사법처리 과정을 주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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