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가장한 포르노물” 처벌 자신감/검찰/찬반양론속 “법적제재는 과잉” 충격/문화계29일 검찰이 연세대 마광수교수(41)와 도서출판 「청하」대표 장석주씨(37)를 소환,구속함에 따라 문학작품의 외설시비가 또 다시 사법의 도마위에 올랐다.
69년 건국대 박승훈교수가 소설 「영점하의 새끼들」 염재만씨가 소설 「판노」로 서울지검에 구속된지 23년만에 예술과 외설의 한계에 대한 법적논쟁이 재연된 것이다.
검찰은 89년 발간된 수필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로 시작되는 일련의 마 교수 작품이 대법원에서 무죄확정 판결을 받은 「판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고있다.
남녀간의 맹목적 성행위 뒤에 오는 권태와 허무를 통해 새로운 자아를 발견한다는 내용의 「판노」는 법원에서 주제나 표현의 음란성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즐거운 사라」는 전편에 걸쳐 노골적이고 퇴폐적인 성행위 묘사로 일관,「문학속의 에로티시즘」의 범주로 포용할 수 없는 「문학으로 포장된 포르노물」에 불과하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특히 검찰은 마 교수가 「즐거운 사라」의 초판출간후 2개월만인 지난해 9월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제재결정으로 시중유통이 어렵게 되자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위해 문장 하나하나에 세심하게 손질을 가했다』며 문제가 되는 부분의 표현을 더욱 선정적으로 가필,출판사를 바꿔 재판을 발행하는 등 이미 문학계의 자율적 규제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 작품이 리얼리즘에 입각한 순수문학작품이며 외설여부는 독자의 판단과 자유시장의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마 교수의 주장과 관계없이 마 교수를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음란」의 개념에 대해 검찰은 「그 내용이 성욕을 자극 또는 흥분시키는 것으로 보통인의 성적 수치심을 해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이라는 대법원판례(87년 12월)를 인용하고 음란성의 유무는 그 자체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성욕을 자극 또는 흥분케 한다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사는 요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작가가 의도했든 안했든 독자에게 성욕을 일으키게 했다면 표현의 음란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예술작품의 음란성 해당여부에 대해서도 「예술성과 음란성은 차원을 달리하는 개념이며 예술작품이라 하여 음란성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는 70년의 대법원 판결을 강조하고 있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문화계에서는 검찰의 조치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화계 인사들은 「즐거운 사라」에 대한 문학적 입장에는 찬반 양론을 보이면서도 마 교수에 대한 법적처리가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과잉조치라는데는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문인들은 예술작품이나 그 표현에 대해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며 이 문제는 문화계의 토론과 자정기능에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이 책을 비판하는 의견을 내놓고 싶을만큼 작품자체에는 전혀 찬성할 수 없다』면서도 『검찰의 인신 구속결정은 언급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불쾌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인 하재봉씨도 『검찰의 결정은 성표현에 대한 세대간의 이견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가권력이 자의적으로 문학작품의 성적표현을 한계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구태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씨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검찰의 조치에 반대하는 연대성명서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문학평론가 홍정선씨는 『이 소설이 좋은 작품이라고는 생각지 않으나 오히려 검찰의 무리한 법 집행이 마 교수를 DH로렌스 같은 위대한 소설가로,출판사대표 장씨를 표현의 자유를 위한 순교자로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이현주기자>이현주기자>
▷바로잡습니다◁
염재만씨가 소설 「판노」로 구속됐었다는 부분은 벌금형 선고에 대한 법정공방이었던 사실의 착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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