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결단… 대선악재 완전 소멸”/민자/“정치판 희화화” 다소 서운한 표정/민주/“부담 덜었다” 반색불구 「외압」 공세/국민민자 민주 국민 등 3당은 29일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고 나선데 대해 향후 선거판도에 미칠 득실을 제각각 저울질하는 모습. 그러나 각당의 반응과 분위기는 저마다의 입지에 따라 묘한 차이를 보여 흥미.
▷민자◁
민자당은 김 회장의 불출마 선언 소식이 전해지자 『현명한 결단』이라고 크게 환영하면서 앞으로 대권가도에서 더이상의 「외생변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고무된 모습.
민자당측은 이날 상오 김 회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김 회장이 출마포기를 밝힌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뒤 곧바로 청년봉사단 발대식 참석차 전주로 내려가고 있는 김영삼총재에게 카폰을 통해 긴급 보고.
박희태대변인은 김 총재와 통화를 마친뒤 『김 총재가 「그럴 줄 알았다」고 말했다』고 전한뒤 『김 회장이 이제 우리의 어려운 경제를 회생시키는 존경받는 기업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식 논평.
박 대변인은 또 『지난 21일 김 총재가 김 회장의 요청으로 김 회장과 단독 회동,불출마 입장을 전달받은바 있다』고 전하고 『때문에 김 총재는 최근 김 회장의 출마움직임에 대해 끝까지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었다』고 공개.
이원종 부대변인은 『올바른 선택』이라며 『기업인은 기업인으로 돌아가 불황에 빠진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이 순리』라고 말해 은근히 정주영 국민당 대표까지 겨냥하는 인상.
민자당은 이번 김 회장의 불출마 결심에는 정치권 안팎의 복합적인 「현실적 장애」가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
민자당 관계자들은 우선 정 대표에 이은 재벌의 정치참여에 대한 국민 일반의 비판적 여론이 결정적으로 김 회장의 발목을 잡았을 것으로 보는 입장.
특히 대우그룹이 취약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외면한 정치참여를 그리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란 시각.
이와함께 김 회장의 후보 옹립문제를 둘러싼 새한국당 내부의 복잡한 사정도 출마포기의 한 원인이 됐을 것이란 관측. 즉 최악의 경우 자신의 출마로 당의 분열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선뜻 모든 것을 걸고 선거전에 뛰어들기는 어렵지 않았겠느냐는 설명.
다만 민자당측은 김 회장이 직접 출마하지는 않더라도 앞으로 새한국당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통한 후원자의 역할을 자임할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
그러나 민자당은 김 회장의 이번 출마포기로 새한국당은 후보영입 작전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존폐의 위기에 처할 공산이 커졌다고 판단.
또 김 회장의 불출마 선언 과정에서 다시한번 재벌의 정치참여에 대한 비판여론이 환기되면서 국민당 역시 적지않은 유·무형의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계산.
민자당 관계자들은 『김 회장의 도중하차에 따라 이제 앞으로의 선거전에서 악재성 돌출변수는 완전히 사라졌다』면서 『김 회장의 출마설로 당이 잠시 어수선했던 것은 사실이나 출마포기를 계기로 오히려 당의 내부 단합이 더욱 견고하게 다져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섞인 전망.<유성식기자>유성식기자>
▷민주◁
민주당은 김 회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다소 실망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어차피 그만둘 사람이라면 빨리 그만두어 잘됐다』고 애써 긍정적인 반응.
김대중대표는 이날 상오 수원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전국 농촌지도자대회에 참석중 기자들로부터 논평을 요구받고 『서울 일은 서울 가서 얘기하자』고 일단 언급을 회피.
그러나 홍사덕대변인은 『정치를 희화화 하는데 너무 큰 기여를 했다』면서 『당초 외압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정치적 자질이 부족한 것이고 예상하고도 이겨내지 못했다면 정치적 기량이 모자란 것』이라고 김 회장을 정면 비난. 또 박지원 수석부대변인도 『재벌의 정치참여에 반대한다는 것은 우리당의 기본 입장』이라며 『그러나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은 곤란하다』고 정주영 국민당 대표에게도 은근히 화살.
한광옥 사무총장·이해찬 당무기획실장 등은 『기업하는 사람은 기업을 해야하는 것』이라고 원칙론을 들면서 『우리당의 유·불리와는 무관하다』고 짐짓 무심한듯한 태도.
민주당은 그러나 김 회장이 출마할 경우 여성 표분산을 가져와 자신들에게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를 했던 만큼 김 회장의 이날 선언에 대해 실망하는 것은 사실.
이기택대표의 한 측근은 『여성 정당이 많이 나올수록 유리한 것은 불문가지』라며 『특히 영남지역에서의 YS 표분산을 기대할 수 있었는데…』라고 서운한 표정.
그러나 김 회장의 정치적 비중으로 보아 선거에서 「큰 역할」을 해내지 못할 것임을 들어 민주당의 실망이 그리 크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분위기.
민주당은 김 회장이 대우그룹을 키워온 과정이 정경유착의 사례이며 권력과의 줄타기 협상에 누구보다도 뛰어났다는 점을 들어 그가 출마하더라도 끝까지 가지는 못할 것으로 우려한 것도 사실.
따라서 민주당은 얼마나 될지를 점치기 힘든 「비용」을 각오하면서까지 외적 영향력을 기대하기 보다는 자력으로 유리한 고지에 다가가는 것이 안전하다는 판단에 비중을 두는 모습.
그러면서 민주당은 김 회장의 불출마 결정의 배경을 겨냥한 공세태도가 이례적인 모습. 홍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아직도 이런 식의 외압을 일삼는 사람들도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극히 원칙적인 비난에 국한.
이는 외압의 경우 청와대측이 핵심이 될 것이란 전제에서 청와대에 대한 「신뢰」를 은연중에 표현한 것으로 봐도 될듯.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외형상 「외압」행사를 「노심」이 YS를 도운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한겹 더 뒤집으면 더이상의 정치혼란을 막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면서 『「노심」은 현재의 양김 대결국면을 그대로 끌고가길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국민◁
국민당은 김 회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예상했던 일』 『잘 결정했다』라고 반기면서도 「외압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를 대민자당 공세의 고리로 활용하려는 모습.
지구당 창당대회 참석차 부산을 방문중이던 정주영대표는 김 회장의 회견소식을 보고받고 『그렇게 될 줄 알았다』며 『본인을 위해서나 여러사람을 위해서 잘된 일』이라고 반색.
정 대표는 이어 『내가 알기로 대우는 최근 자금문제로 급박한 상황을 맞을 뻔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
변정일대변인도 즉각 논평을 내고 『김 회장의 정치불참 선언은 반양김 세력의 결집을 위한 우국적 결단』이라며 『이를 환영한다』고 공식표명.
변 대변인은 『모든 반양김 세력들은 이를 계기로 대동단결해 구국적 차원에서 이번 대선을 승리로 이끌고 국가가 처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
다른 당직자들도 대체로 김 회장 불출마로 큰 부담을 덜게 됐다는 반응이었으며 오히려 그동안의 파동으로 반양김 분위기가 고양돼 전화위복이 됐다고 분석.
국민당은 특히 김 회장 불출마에 따라 신당세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신당추진 인사들의 개별영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
김효영 사무총장은 『우리에게 손해되는 것은 없지 않느냐』며 희색을 표시한뒤 『우리는 외부상황의 변화에 관계없이 우리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
김 총장은 새한국당과의 관계에 대해 『당대 당 통합은 있을 수 없다』면서 『신당추진 인사들을 개별적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표명.
이와관련,당직자들은 오는 31일 현대고에서 열리는 김동길 최고위원의 「유권자와의 모임」 행사에 이종찬의원이 참석,연설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반양김 세력 영입을 위한 물밑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중임을 시사.
한 당직자는 『김 회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새한국당에는 더이상 대선후보의 대안이 없게 됐다』면서 『신당추진 의원들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국민당으로 모이지 않겠느냐』고 자신감을 표시.
그러나 국민당 일각에선 이같은 환영분위기와는 별개로 『김 회장 불출마에 김영삼 민자 총재의 외압이 작용했다』고 주장하며 「표정관리」와 함께 대민자 공세를 시도.
김정남 원내총무는 『김우중씨의 정치참여는 9·18선언의 정신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전제,『김씨의 돌연한 출마포기는 김씨의 자의라고 볼 수 없고 김씨가 버틸 수 없을 정도의 강한 외압이 작용됐다고 생각한다』고 문제제기.
김 총무는 이어 『따라서 노태우대통령의 9·18선언에 대해 정치권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며 「청와대 작용설」에 우려를 표명.
정몽준의원도 『재무부가 지난 28일 대우에 빚을 갚으라고 했다더라』면서 『김 민자 총재의 압력소지가 있다』고 주장.<이재열기자>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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