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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방일에 바란다/김영작 국민대·국제정치학(목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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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방일에 바란다/김영작 국민대·국제정치학(목요진단)

입력
1992.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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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특히 최근에 이르러 6공 정부가 집권이후 줄곧 정권의 존재가치(raison d’etre)이자 최대업적으로 내세웠던 외교분야 곳곳에 허점이 드러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북방외교 대북외교도 그러하려니와 최근 발표된 노태우대통령의 일본방문에서 우리 외교의 문제점은 더욱 뚜렷해졌다.○외교에도 민주성이 있다

문제의 근원은 6공 정부가 외교를 지나치게 임기내의 업적과 연관시켜 성급한 결실을 따내려 하고 그러다보니 외교가 민주적 원칙을 무시하고 비밀외교·측근외교 중심이 되어버린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에 사가 끼고 그 스타일이 비민주적인데에서 비롯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두루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 또는 민주화시대와 비민주적 시대를 구획짓는 기준은 내치의 민주성 여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교의 동기와 스타일에도 민주성 여부가 나타난다. 역사적으로 보아 대중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이전의 외교란 주로 궁중이나 소수지배계층들의 사사로운 이익과 관련된 문제였고 따라서 으레 비밀외교 중심이었다. 그러나 전쟁과 평화의 문제가 일반 국민들의 생사와 재산에 깊은 관련을 지니게 되고 국민주권이 확립된 민주주의시대에는 외교는 당연히 공개되어야 하고 여론의 통제아래 있어야 함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민주주의를 공개외교와 여론외교로 특징짓는 까닭도 바로 그 때문이다.

물론 닉슨 정권때 키신저의 대중외교에서 보듯,민주주의 시대의 국가간 외교에도 교섭의 효율을 위해 비밀외교가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로 치부되어야 하며 특히 정상외교는 으레 비밀외교여도 된다는 그릇된 착각은 배제되어야 한다. 비밀외교와 측근외교가 민주주의와 국리민복에 미칠지도 모르는 해독 때문에,이미 닉슨 정권때에도 그의 외교스타일에 비판의 소리가 높았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데 민주화시대를 표방한 6공의 주요 외교는 어찌된 영문인지 온통 비밀외교 투성이였다.

북방외교가 그 전형이며 그것도 어느 특정 보좌관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된 것이어서 외교의 전문기관들이 모두 공동화되어 버렸다. 대중국 외교도 마찬가지여서 수교발표 며칠전까지도 이를 부인한 당국의 발표가 외교의 비민주성과 비밀성을 상징해주었다. 더욱이 노 대통령이 이번 방일은 언제 어디서 결정되고,왜 가는지,무엇때문에 오는지,한일 양국 모두에서 문자 그대로 오리무중이다.

○「업적주의」 외교의 병폐

한소수교와 한중수교 등 그간 우리 외교가 얻어낸 성과와 그 역사적 의의를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누구도 수교자체가 무의미하다거나 역사의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외교에는 항상 시기와 추진방법에 따라 득실의 차이가 생기게 마련인데,이들 수교가 비밀스런 방법으로 성급히 추진됨으로써 발생한 손실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처지에서 한소수교에 30억달러의 차관은 불가피한 것이었는지,받을 길이 막연해진 그 돈은 수교시기와 대상주체에 대한 판단을 그르친데서 온 필요이상의 손실은 아니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대중수교 역시,중국측의 북한에 대한 뜸들이기처럼 우리도 대만에 대해 상황의 불가피성을 뜸들여 반발을 줄일 수는 없었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더욱이 이들 외교가 비밀외교였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공개외교였더라면 상대방 설득이 더욱 용이하고 대내적 부작용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지 못하고 비밀외교 측근외교로 일관한 것은 결국 업적을 서두르는 성취주의 때문이 아니었을까.

○「무거운 전략」에 유념해야

지난간 일들은 그렇다고 치자. 노대통령의 방일계획은 이미 발표되어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만 「성과」를 서두르는 과오만은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보도에 의하면 이번 회담에 임하는 일본쪽의 관심은 주로 한일 양국의 대러시아 관계에 집중될 것이라고 한다.

이로 미뤄볼때 일본측은 북방 4도 부근에서 한국이 러시아로부터 확보한 어업권을 포기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일본의 전략은 한소수교와 한중수교 등이 러·중 양국의 일본에 대한 「한국카드」로 활용되거나 또는 한국이 일본에 대해 「러·중카드」를 사용하려들지도 모를 전략에 쐐기를 박으려는데에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과 미야자와 일본 총리와의 지난번 회담에서 「앞으로 가볍게 만나자」는 약속에 따라 한국측이 「가볍게」 제안한 이번회담에 임하는 일본측에는 위와같은 「무거운」 전략이 엿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일관계의 유례없는 냉각상태에 초조해진 노 대통령이 혹시라도 북방외교의 성과에 이어 대일 남방외교를 성공시켜 전방위 외교성과를 과시하겠다는 생각에서 수확보다는 양보가 큰 결과를 초래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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