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백37개 4년제 대학의 신입생 모집요강이 확정되어 어제 발표됨에 따라 93학년도 대학입시 시즌이 막이 올랐다. 대입 체력검사를 마친 60만2천1백40명의 고졸 예정자들과 32만2천2백여명의 재수생 등 93만4천2백여명의 대학진학 희망자들은 앞으로 꼭 55일 남은 전기대학 입시(12월22일)에 응시할 것인가 여부를 결심해야 한다.전기대학 응시를 결정하면 내달 23∼27일간에 접수,지원할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 하며 그 남은기간 동안에도 한점이라도 더 얻기위한 입시준비에 최종 정리를 해야하는 중차대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1백1개 전기대학에서 모집할 신입생 정원은 16만4천2백50명으로 지난해보다 8천여명이 증원된 반면,지난해처럼 신검자의 전기대 응시율이 68.4%가 된다면 단순 평균경쟁률은 3.9대 1로 92학년도의 4.1대 1 보다 다소 낮아지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대학의 좁은문이 넓어지는 폭은 눈꼽만도 못한 것일 뿐 아니라 94학년도부터는 「새대학입시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재수기피 현상을 불러,응시율을 오히려 더 높일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지금의 섣부른 낙관적인 전망은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에게는 하등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본다.
경쟁률의 하찮은 변동이야 그렇다고 치부해 두자. 그러나 입시 시즌만 되면 되풀이하는 걱정이지만 우리는 언제까지 고졸자의 80% 이상이 대학을 가야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비틀린 고학력 풍조속에서 입시열병을 앓고 있을 것인가를 올해도 반추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들이라면 학부모의 86%가,딸도 76%가 대학엘 보내야겠다고 벼르는 나라는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우리 밖에는 없다. 최근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대입 수험생의 43.1%가 입시 증압감에 시달려 「죽고 싶은 충동을 느낀적이 있다」고 답했으며,수험생 어머니의 70% 이상이 두통·소화불량·스트레스 등 소위 「고3 어머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사회의 자녀교육이 얼마나 병들어 있고 왜곡된 고학력 풍조의 해독이 어느정도 심각한 것인가를 말해주고 있어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렇다고 대학정원을 무제한으로 풀어 이 초과다한 대학진학 욕구를 모두 수용해서 해소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선주자들이 함부로 내거는 대학 문호개방 공약은 실현될 수도 없는 공약이고 진짜 실현된다면 더욱 큰 일이 난다. 지금도 대졸 미취업자가 10만명이 넘고 졸업예정자도 20만명이나 되어 대졸자 취업난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형편이며,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전망인데 대학졸업자를 더욱 많이 양산해서 어쩌자는 것인가.
이 심각한 난제를 해결하는 길은 대학정원을 늘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을 안가고 전문대학이나 고졸학력으로도 보통시민으로 삶을 영위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데 있는 것이다. 제발 대학을 덜 가도되는 사회를 빨리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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