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팽창 치중 “고학력자 대기소” 불명예/논문심사도 부실… “학위남발” 부작용/정부는 「교육내실」 지원 늘리고 학생은 「맹목적 진학」 삼가를대학원 교육이 질보다 양에 치우친 나머지 「고학력자 대기소」라는 불명예속에 제기능을 바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1일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원수는 3백37개(일반 1백개,전문대학원 2배37개)로 재학생수는 10만1천4백33명이나 된다.
그러나 교육법상으로는 대학원설치 기준령조차 없어 대학원교육의 질저하를 부채질하고 석·박사학위 남발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40년전에 당시 문교부 훈령으로 만든 대학원 규정만으로는 대학원 교육의 내실화를 기할 수 없다고 보고 빠른 시일안에 대학원 설치기준령을 제정,계열별 전담교수 정원을 규정하고 석·박사학위 논문심사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뒤늦게나마 대학원에 대한 정책부재를 인식한 것이다.
○「제2대학」 인식팽배
대학원이 양적으로 팽창함에 따라 학부졸업생들도 맹목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학력인플레를 심화시키는 한편 대학원을 「제2의 대학」쯤으로 인식하는 풍토가 조성되기에 이르렀다.
석·박사과정을 막론하고 재학생의 90% 이상이 고시준비를 하고있는 서울대 법대대학원의 경우 학생들이 가급적 수업시간이 많지않은 강좌를 골라 주장하고 고시가 임박해서는 아예 수업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이에따라 훌륭한 논문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서울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 사법고시에 합격한 박모씨(34)는 『가능하면 좋은 논문을 쓰고 졸업하고 싶었지만 고시준비를 하느라 시간이 없어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대학원의 재정적 영세성도 대학원교육의 질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대학원의 예산은 주기능인 전문분야 교육과 학술연구의 수행에 바탕을 두고 편성,집행돼야 하나 모든 국·사립대학원에서는 대학집행부서에 의해 학부와 함께 획일적으로 통제되고 집행될 뿐이어서 비합리적이다.
이같은 재정운영은 결과적으로 대학원 교육의 자율성과 탄력성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도서관 전자계산소 실험실습장비 등 각종 연구지원시설을 선진국 수순으로 끌어올려 대학원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원재정을 대학에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실한 대학원 재정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학문을 계속하려는 대학원생들이다. 현재 웬만한 대학원의 박사과정 학생들은 주당 평균 20시간정도의 강의를 하지 않고는 기본생활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연구환경이 지나치게 열악한 실정이다. 대학과 대학원의 교육여건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교수 1인당 학생수를 산출할때는 대학원생 수를 제외하면서도 대학의 교수정원을 산출할때는 대학원 담당교수를 포함시키고 있는 것도 문제다.
부실재정으로 장학금은 턱없이 모자라고 시간강사 자리라도 잡으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대학원 예산의 합리적인 평성과 운영,투자의 우선순위 결정 등 재정적 제도가 뿌리내리지 못하는 한 대학원 교육의 질저하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교육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장학금 대폭 확충을
성균관대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 이정표씨(25·동양철약 석사과정 2학기)는 『같은과 석사과정 학생들 대부분이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다』며 『대학원의 연구환경 개선은 장학금 확충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학위제도 자체와 심사과정에도 불합리한 점이 많다.
학문학위(Academic Degree)와 전문학위(Professional Degree)가 구분되지 않은 현행 대학원 석·박사제도는 대학원의 존재가치를 훼손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고있다.
사회경제구조가 다양화됨에 따라 순수연구 목적의 학문학위보다 자신의 경력을 보완할 수 있는 전문학위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부산동아대 공대 한근배교수(공학)는 최근 열린 전국 대학원장협의회 심포지엄에서 『우리나라 대학원 교육은 석사과정 위주에서 박사과정 중심의 교육으로 진일보해야 한다』고 전제,『현행 교육관계법과 대학별 학칙 등을 전면 개정,석·박사과정을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항공대 장수영부학장은 논문심사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심사장소를 학내로 국한시키고 25만원에서 42만원까지 하는 박사학위 심사료를 폐지하는 한편 심사후 심사위원이 참석하는 회식 등을 없애 부조리가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신복교수(행정학)는 『최근들어 일부 대학에서는 부족한 대학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야간특수대학원 등을 경쟁적으로 신설하고 있다』고 지적,『대학원 교육인구를 적정화하는 등 대학원을 명실상부한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육성·발전시키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아쉽다』고 말했다.
대학원 교육을 이수한 우수한 고급인력에 부여해온 병역특례제도도 입법취지와 달리 악용돼 대학원을 양적으로만 팽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부 병역특혜 악용
특히 91년에 폐지된 석사장교제도는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마치면 장교로 6개월만 복무하도록 혜택을 주어 너도나도 대학원을 문을 두드리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석사장교로 군대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중 상당수는 제대후 학문을 계속하기보다는 취직을 했다.
이 제도가 폐지된 이후 갑자기 대학원 입학경쟁률이 그 이전보다 배이상 낮아진 것만 보아도 대학원의 위상이 얼마나 실추됐는지를 알 수 있다.
K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과정인 이모씨(33)는 『대학원 입학동기중 90% 이상이 석사장교 제대후 일반기업체 등에 취직했다』고 말했다.
21세기에 우리나라 대학과 대학원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대학인들의 각고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획기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조흥식교수 석·박사과정생 설문조사/서울대 대학원생 68%가 “취업걱정”/이과보다 문과일수록 앞날에 불안감/연구프로젝트도 단순함에 불만 높아
서울대 대학원생들의 54.6%가 대학원 진학에 만족하면서도 68.3%는 졸업후 전공분야와 관련된 취업기회가 적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대 조흥식교수(사회복지학)가 최근 서울대 대학원 석사과정 1백49명과 박사과정 64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밝혀졌다.
석사과정의 경우 취업기회가 적거나 매우 적을 것이라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이과(48.8%)에 비해 문과(58.5%)가,박사과정도 이과(37.5%)에 비해 문과(55%)가 높았다.
학문의 길에 들어선 것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이 64.8%로 가장 많았고 ▲학계진출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 50% ▲불만족스러운 연구분위기 25% ▲학계의 지나친 보수성 때문이 19.3% 등이었다.
석사장교제 폐지후의 현행 병역제도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조사에서는 65.7%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불만의 원인은 ▲복무기간이 너무 길다(73.5%) ▲대학원생에 대한 특혜가 없다(34%)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다(31.3%) ▲군대생활이 신체적으로 힘들다(10.2%) 의 순이었다.
등록금을 제외한 생활비는 대학원 연구활동과 무관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충당하는 경우가 1.3%로 가장 많았으며 장학금 등을 사용하는 학생은 4.4%에 불과했다.
현재의 연구 및 면학여건에 대해서는 55.7%가 불만스럽다고 응답했으며 만족한다는 대답은 6.2%에 그쳤다.
산학협동과 관련,전체응답자의 44.2%가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했으나 만족의 정도는 ▲매우 만족이나 만족이 24.1%인 반면 ▲그저 그렇다,불만,매우 불만 등 부정적인 응답이 75.9%나 됐다.
연구프로젝트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이유는 ▲새로운 내용이 없는 단순·반복적인 작업이기 때문이 68.1%로 가장 많았고 ▲시간을 너무 빼앗긴다 51.5% ▲전공이나 학위논문과의 연계성이 적다 36.4% ▲연구비가 적다 25.8% 순이었으며 교수나 선배의 강요에 의해 참여하기 때문도 10.6%를 차지했다.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한 주당 시간과 월평균 연구비 액수를 보면 일주일에 평균 22.1시간이 소요된 반면 연구비 액수는 월평균 11만4천9백원에 불과했다. 조 교수는 이 설문조사를 토대로 학교측에 『대학원생에 대한 연구지원을 현재와 같이 등록금 차원의 보조만으로는 계속할 경우 진정한 학문후속세대를 육성할 수 없다』고 지적,『학문연구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생활비 지원과 연구여건이 총체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사회부:설희관차장·유승우·김현수·장현규·남대희·이성철·김병주기 자
▲사진부:손용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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