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대통령선거 출마여부와 관련하여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취하고 있는 태도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당혹감이 시간과 비례해서 증폭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출마하겠다는 것인지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그의 태도를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계는 물론 재계와 증권시장까지도 그에 관련한 보도와 언동에 따라 술렁이고 있음이 국민의 당혹감을 잘 말해준다. 김 회장의 모호한 태도로 인한 이같은 혼란이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님은 명백하다. 우리는 김 회장이 하루속히 자신의 진의를 국민앞에 명백히 밝힐 것을 권고하고자 한다.김 회장의 출마설이 표면화된 이래 지난 한주일동안은 가히 국가적·국민적 혼선이 계속됐다고 할 수 있다. 광주발언,KBSTV 대담에 이은 동경특파원들과의 회견에서 그는 『내가 언제 신당의 후보로 대통령선거에 나선다고 했는가』라고 전면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특히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력히 역설함으로써 언제든지 정치에 뛰어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바로 이 점이 의도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국민들이 김 회장의 출마여부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은 그가 국내 유수의 재벌총수라는 점과,출마할 경우 정국과 대선의 판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와함께 재벌총수의 잇단 정치참여가 국가발전을 위해 필요하고 타당한 것인가에 깊은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재벌과 정치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를 느낀다. 재벌과 정치가 엄격히 분리되어야 마땅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가깝거나 손을 잡을 경우 정경유착에 의한 부정부패 등 비리를 낳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해왔다. 또 재벌이 지나치게 정치와 멀리 떨어지거나 무관할 수도 없다는 현실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깨끗한 정치풍토와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오히려 정치자금을 공개적이고 합법적으로 지원할 의무가 재벌에게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땅의 재벌들이 70∼80년대 경제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했음은 널리 인정되는 일이다. 그러나 정치권력과의 밀착으로 많은 특혜를 누리면서,또한 문어발식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그리고 엄청난 은행빚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부동산투기 등의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여 국민들로부터 비난과 눈총을 받아오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국민들은 재벌들의 잇단 정치참여에 대해 마음을 놓을 수가 없으며,의혹의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음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헌법상 국민 모두에게 참정권이 있는 만큼 재벌이라고 정치를 하지말라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국민의 솔직한 심경은 재벌이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의 우리 경제를 소생시키는데 더욱 노력해 주기만을 기대하는 것이지 다른 여분의 기대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재벌도 국가와 국민에게 중요한 책임을 갖고 있는 공인인 만큼 국민의 억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모호한 태도는 더이상 지속돼서 안되며 따라서 출마여부를 즉각적으로,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김 회장에게 충고하는 것이다.
또 만약에 출마하려고 한다면,대우그룹의 경영전반을 완벽하게 정리·청산하는 공개적인 절연을 선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는 정치참여는 결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떳떳한 몸가짐을 한뒤에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심판을 받는게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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