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의 한국대사관은 국감 국회의원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한 거짓말이니 중대한 거짓말은 아니고 사소한 거짓말로 여길 수도 있겠다. 그렇더라도 거짓말은 거짓말이다.지난 18일 북경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위해 북경에 도착한 여야 국회의원들중 몇몇이 영접나온 대사관들에게 한국기자들의 소재를 물었다.
중국 공산당 14차 당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한국의 많은 기자들이 북경에 몰려와 취재중임을 보도를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대사관원들의 한결같은 답변은 전날 일부가 돌아가고 당일 나머지가 돌아가 『현재 북경에 한국기자는 「단 한명」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부 기자가 돌아갔다고한 17일은 14대 폐막을 하루 앞둔 날이고 나머지 모두 돌아갔다는 18일은 비록 14대 폐막일이기는 하지만 지도부 인사개편을 확정하는 14기 1중전회를 역시 하루앞둔 날이었다. 14대를 취재간 기자들이 취재현장을 떠날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실제로 서울과 홍콩 등지에서 북경에 가있던 16명의 한국기자들중 대회의 하이라이트를 앞두고 현장을 떠난 기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대사관에 모습을 비치지 않아 짐작에서 한 말일 뿐이라는 변명이 성립되려면 북경대사관은 주재국의 가장 중대한 정치행사의 일정과 의미에 깜깜하다는 것이 된다. 6공 최대의 외교업적을 성취한 북경대사관의 외교관들이 그렇게 수준이하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거짓말을 한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이다.
이는 「비공개」로 국감을 받기 위해서였다고 밖에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기자들로서는 국감일정과 14대 일정의 하이라이트가 겹쳐 대사관측에서 국감을 받으니 취재하라고 알려왔어도 어려울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기자들을 따돌린 거짓말까지 합리화시켜 줄 수는 없다.
거짓말 덕분에 중국 공산당이 개막식과 폐막식을 「공개」했던 92년 북경의 하늘아래서 우리의 북경대사관은 언론에 완벽하게 「비공개」된 채 대사관 개설후 첫 국정감사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이 「사소한」 거짓말 때문에 국감 보고내용 전부를 불신한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다만 한중수교 협정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서울주재 중국대사와 한국의 외무부가 과거 중공군의 6·25 참전을 두고 사과나 유감표명을 했느니,안했느니,언어의 유희를 벌인 사실을 연상하게 된다. 우리 외교관의 「사소한 거짓말」을 겪은 경험을 확대 해석하는 것이 기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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