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노후선」 무리한 항해 화자초/평소에도 위험한 원양항로… “예견된 사고”/“수십마일밖 태풍” 알고도 즉시 피항안해/범양상선,비상운항 전문보고 받고도 위치 점검조차 소홀우리나라의 선원과 중국교포 선원 등 28명을 태운채 지난 22일 태평양 해상에서 실종된 범양상선(주) 소속 철광석운반선 대양하니호(선장 김명보·44·6만4천9백55톤) 사고는 우리 원양해운 업계의 고질적 문제점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고도 예의 낡은 선박,무리한 항해,선사의 관리소홀 등이 전문가들에 의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70년 2월 일본 고베시 가와사키 조선소에서 건조된 대양하니호는 선령이 23년이나 된 노후선박으로 원양항해가 무리인데도 파도가 높고 잦은 태풍으로 위험한 항로인 일본호주간 직항로에 투입,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배 선원들은 대양하니호에 승선하기전 『배가 낡아서 타기 싫다』는 말을 가족들에게 자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선장 김씨의 부인 정복희씨(42)는 『남편이 배가 낡아서 타기 싫다고 회사측에 요청했으나 회사측이 파일럿 시험을 보게 해주겠다고 회유,승선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범양상선(주)측은 대양하니호를 일본 나빅스라인 해운회사와 올 1년간 장기용선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본측 요청에 의해 지난 3월 현대미포조선소에서 3백만달러(약 24억원)를 들여 선체구조 보강수리를 한후 취항시켰다는 것.
선박 전문가들에 의하면 대양하니호와 같은 노후선박의 경우 높은 파도를 배의 앞과 뒤에 동시에 맞으면 전단하중을 견디지 못해 선박의 허리부분이 동강나 침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항로에서 불과 수십마일 밖에 A급 태풍이 이동하고 있는데도 곧바로 피항하지 않은채 「황천항해」를 계속하다 태풍이 방향을 틀어 항로방향으로 남하할 때서야 피항한 점이다.
이는 태풍에 대비하는 선장의 결정이 너무 안이했거나 목적지인 미즈시마항에 26일 상오 1시까지 도착하지 못할 경우 물어야할 막대한 손해배상액을 우려한 선사측의 무리한 항해 독려가 직·간접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태풍 등 비상시 항해중인 선박에 대한 선사측의 관리가 너무 소홀했다는 것이다.
대양하니호가 제26호 태풍 콜린을 피해 2백70도로 피항한다는 마지막 전문보고를 선사측에 보낸 21일 상오 9시부터 선박에 장치된 자동조난 신호장치(EPIRB)에서 보낸 자동조난 신호가 괌도에 있는 세계해난구조본부(MRCC)에 접수된 22일 하오 4시14분께까지 무려 31시간여 동안 범양상선(주)측은 초속 40∼50m의 A급 태풍을 피해 항해중인 자사 선박에 대한 위치점검 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 배에는 올해초 통신장비를 최신장비인 인마새트장비로 교체해 팩시와 텔렉스는 물론 수화기만 들면 언제나 전화통화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사측은 더더욱 관리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선사측은 『지난 22일 낮 12시38분께 오션루트 기상정보를 항해중인 대양하니호에 인마새트 통신장비를 통해 팩시로 보냈는데 이상없이 수신해 안심하고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선사측의 관리소홀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정황을 종합해 볼 때 대양하니호는 선체가 낡았는데도 태풍의 위험을 무시한채 무리한 항해를 계속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먼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에 대한 안전점검은 물론 항해중인 선박에 대한 선사의 관리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부산=김종흥기자>부산=김종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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