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 기업차원 비즈니스”… 선거기사와 무관미국 언론의 「대통령감 고르기」가 선거를 1주일여 남기고 절정에 달하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가 사설을 통해 클린턴 민주당 후보지지를 공식적으로 밝힌데 이어 유수한 전국·지역신문들이 저마다 후보를 선택했고 25일에는 뉴욕 타임스가 클린턴 지지를 표명했다.
미국 편집인 및 발행인협회가 지난주까지 집계한 통계에 의하면 유력지 13개를 포함한 1백49개 신문이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고 이보다 조금 적은 1백21개 신문이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5일자 사설에서 클린턴을 경제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응집력과 비전이 있는 지도자로 평가한뒤 『이번 선거에서 클린턴은 완벽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시카고 트리뷴,데일리 오클라호마지 등과 함께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뉴올리언스 타임스지는 역시 25일자 사설에서 『레이건에서 부시로 이어지는 미 행정부는 미국에 10년이 넘는 평화시대를 실현시키겠다』며 부시의 업적을 치하하고 나섰다.
이같이 엇갈린 평가속에서 지난 64년이후 처음으로 공화·민주 양당에 대한 신문의 지지율이 민주당 우세로 역전됐고 각종 여론조사,TV 토론결과 등에서도 클린턴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이같은 실정을 감안하면 미국 언론의 「특정후보 편들기」는 여론의 향배를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 언론의 보도관행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특정언론사의 특정후보 지지가 공정보도와는 상치되는 처사로 비치기 쉽다. 하지만 미국신문의 특정후보 지지는 기업으로서의 정치적 신념의 표현일 뿐 그 신문의 보도방향과는 별개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즉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사설의 게재는 신문사의 경영진에 속하는 사장,발행인,논설위원만이 참여하는 폐쇄적인 회의에서 결정되는 것이어서 「기업차원의 비즈니스」로는 인식될 수 있을지언정 여타 선거관련 기사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같은 「분리의 원칙」은 클린턴을 지지한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국장 레오나드 다우니 2세가 최근 유력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도 명확히 드러나 있다.
다우니 2세는 21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신문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설이 다른 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은 신문 편집기준 및 윤리강령에 의해 명백하다』면서 『이는 현대국가에서 일반화된 「정교분리」에 비유될 만큼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다우니 2세에 의하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어떠한 기도도 배제되어야 하며 혹시라도 신문이 사설이 아닌 다른 기사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언론의 본질을 망각한 도전행위라는 것이다.
이같은 원칙론이 지금 결승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어느정도 지켜지고 있는가는 결국 개개의 유권자인 독자가 판단할 문제이다.
언론과 여론의 함수관계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독자라면 언론 또는 자본이 파놓았을지도 모르는 함정을 피해가며 나름대로의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직은 속단할 수 없는 선거결과를 놓고 미리부터 「신화만들기」에 분주해 보이는 미국언론의 이같은 「이중기준」도 역시 선거를 통해 심판받게 될 것이다.<고태성기자>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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