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시운송사업 조합이 올해 노사 임금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노측 교섭위원을 거액으로 매수,사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이 경찰 수사결과 사실로 밝혀졌다.사측을 대표하는 사업조합 이사장과 노조 수석 부지부장 및 교섭위원 등 3명이 구속된 것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서울 택시사업조합의 이번 노측 임금협상 교섭위원 매수사건은 그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런대로 정착단계에 접근하려는 택시운송사업 노사관계의 기본구조를 뿌리째 뒤흔들어놓고.노사협의란 시대적 흐름마저 역행하려는 사측의 비민주적 발상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는데 우선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또한 노조원을 대표해서 임금협상에 임하는 교섭위원들이 3천만원이라는 돈의 유혹에 빠져 전체 노조원들에게 엄청난 임금손실을 강요하면서 택시기사들의 오랜 숙원인 업적급식 월급제를 헌신짝처럼 버린채 사측이 원하는 정액 사납금제로 환원하는 협약체결에 동의했다는 것은 교섭위원으로서의 도덕성과 노조원의 대표성을 저버린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더욱 실망스럽게 한다.
우리의 노사관계를 전체적으로 본다면,노사 양측이 모두 민주화가 일천한 탓으로 해서 해마다 임금협상 시기만 되면 수많은 산업현장과 사업장에서 긴장상태가 빚어지고 때로는 불필요한 태업이나 파업으로 피차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않은 것이 그 현주소라 할 수 있다.
노와 사가 제각기 노동법을 비롯한 관계법을 자기편의적으로 해석,적용하려는 억지를 부리는가하면,자기편에 이득이 되어야만 합법이라는 식의 생떼도 우리는 때때로 보아왔다. 그러나 그같은 억지와 생떼보다는 노사가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한 관계를 정립해나가야 한다는 공동의 이정표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뤄가는 단계에까지 와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서울 택시운송사업조합의 교섭위원 매수사건은 우리가 이처럼 어렵게 마련하고 있는 건전한 노사 관계정립의 이정표를 최소한 10년 이상 뒤로 돌려 놓은 시대역행적 발상의 산물이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이처럼 부당한 방법으로 체결된 임금협약의 유무효에 대한 판단은 노동법에 따라 조만간 분명해질 것으로 믿는다.
이밖에도 이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수긍하기 어려운 점은 왜 경찰수사가 그렇게 늑장을 부렸는가 하는 것이다. 그로인해 법인택시들이 가두시위를 하고 파업까지 단행함으로써 엉뚱하게 그 피해를 시민들이 겪게 한 연후에야 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이 무엇인지,그 또한 궁금하다.
어찌됐건 건전한 노사 관계정립을 해치고 노조운동의 정착을 와해시키기려 했던 서울 택시운송사업 조합은 응분의 법적제재를 받아야 할 것이고 법인택시의 경영체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개선책도 병행해서 마련돼야 한다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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