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개발이 지역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로 국제적 빈축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생화학무기까지 대량 비축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 권력집단의 종잡을 수 없는 행태에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견디기 어렵다.생화학무기는 그 제조에 있어서 별로 고도의 기술을 요하지 않고 생산에 소요되는 비용도 웬만한 첨단무기의 경우보다 훨씬 염가여서 이따금 「후진국의 핵무기」로 불리기도 한다.
국가안전기획부가 23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보고한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실태」는 북측이 60년대부터 생화학무기 개발에 착수,비축량이 1천톤에 달하며 각 군별로 중대 내지 연대급 화학부대를 편성했고 일부는 이미 실전사용이 가능하도록 포탄에 장전돼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생화학무기에 관해 언급할 때마다 반복해서 지적되는 점은 그것이 소량으로 인명을 대량 살상하고 환경을 파괴하며 전투원,비전투원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그래서 국제적으로 비도덕적 무기로 지탄받는다.
각국은 이런 부도덕한 무기의 제조를 막기 위해 허다한 회합을 되풀이하고 원칙적 합의도 보았지만 아직 확실한 구속력을 갖추진 못한 상태다.
「생물학적 및 독성무기의 개발,생산,비축의 금지 및 제품파괴에 관한 협약」이 72년 4월10일 워싱턴,런던,모스크바에서 각각 조인되고 75년 3월26일부터 발효된 것은 그나마 강대국들이 앞장선 획기적 조치였다. 89년 1월7일부터 11일까지 파리에서 열린 화학무기 금지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종류의 화학무기도 보유한바 없고 그런무기의 개발,생산,비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뒤이어 같은해 1월26일 북한측도 「핵 및 화학무기를 실험하거나 생산,비축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우리가 그동안 보아왔듯이 북측의 말과 행동은 자주 일치하지 않았고,이번에 또 하나의 사례가 더 나온 것이다.
북측의 의도가 핵카드 다음의 협상카드로 악용하려는 것이든,90년대 중반부터 대남 군사우위가 흔들릴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것이든간에 수법자체가 비도적이고 결코 통용될 수 없는 원시적이라는 점에서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생화학무기의 독성이나 변질 가능성 때문에 그 보관이 장기화하면 예상치 못한 사고의 위험성도 높다. 실제사용의 경우 풍향,습도 등 기후여건에 따라 피해가 공격측에게도 적지않게 돌아감을 북측은 깨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달 노 대통령 방중시 북측이 저격 폭파 등 훈련받은 공작원들을 보내 위해공작을 펴려다 실패한 사실마저 뒤늦게 전해져,우리로서는 저들이 과연 믿을 수 있는 대화상대인지를 다시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사회의 구조나 풍토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도 저들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처지가 안타까운 것이다. 북측은 정말 어쩌자고 저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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