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에/신공항·정치개혁 등 영과 협상실패/홍콩신문들 대서특필… 주민들 경악【홍콩=유동희특파원】 24일자 홍콩의 대부분 조간신문은 중국이 크리스 패튼 홍콩 총독을 비난한 기사를 하나같이 1면 머리로 올려놓고 관련기사들로 몇개면을 요란하게 채웠다.
패튼이 총독으로 부임한후 첫 중국방문을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고 있는 동안 이같은 비난이 터져나왔으나 그 표현방법이나 강도가 97년 반환을 앞두고 가뜩이나 불안한 홍콩주민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중국의 노평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은 23일 패튼이 홍콩으로 떠난지 불과 1시간만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홍콩의 정치개혁과 신공항 문제를 둘러싸고 패튼과 벌인 협상이 완전 실패로 돌아갔다고 밝히고 만일 영국측이 자신의 입장을 끝내 고집한다면 중국은 홍콩을 반환받은 97년에 기존의 입법국과 사법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중국 독자의 입법국과 사법기구를 창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평주임은 또 신공항 건설이 중국측의 동의없이 강행된다면 97년 홍콩을 반환받은 이후 홍콩 정청이 기왕에 맺은 계약과 부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신공항에 이착륙하는 항공기에 대한 중국 영공통과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패튼 총독이 홍콩 입법국에서 행한 시정연설에 포함된 정치개혁안은 현재 60의석중 18석에 불과한 직선의원수를 점차 늘려 나중에는 입법국 의원 전체를 직선으로 선출한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패튼의 정치개혁안은 88년 4월 중국과 영국이 합의한 홍콩 기본법의 정신과 어긋날 뿐 아니라 전기침 중국 외교부장과 더글러스 허드 영국 외무장관간에 95년 입법국 선거를 놓고 맺은 비밀협정에도 위배된다는 것이 중국측의 주장이다.
이 비밀협정은 직능단체 의원의 간선제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측은 공사비가 1백40여억달러가 들 것으로 추계되는 신공항 공사와 같은 대형 건설공사를 반환을 앞두고 벌이는 것에 대해서도 건설 자체에는 동의했으면서도 여전히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홍콩시 재정을 거덜내놓고 반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건설규모의 대폭 축소를 요구하며 공사착수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패튼의 중국방문은 이러한 양측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것이었으나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말았다.
노평주임은 패튼 총독이 중국측의 입장을 듣지 않으려 했다고 비난하고 시정연설에서 밝힌 정치개혁안은 기존의 양국간에 맺은 협약을 아랑곳하지 않은 그의 「창작품」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중국측의 비난에 대해 패튼은 중국측의 「협박」은 홍콩에 혼란을 유발시켜(홍콩인들의 지지를 받는) 자신의 민주개혁안을 좌절시키려는 기도에서 비롯된(실천을 전제로한 위협이 아닌) 「배경음악」에 불과할 뿐이라고 맞받았다.
97년 반환이후에도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영국과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중국과의 대결이 그동안 수면하에서 진행되던 것이 패튼이라는 「정치」 총독의 부임을 계기로 노골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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