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에 수천억자금”… 루머 무성/찬반 엇갈린 재계도 “환영할 일은 아니다”/임원들이 극구 만류… 직원들도 크게 동요○…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대선 출마설이 전해지자 각 재벌그룹·전경련 등 재계는 정주영씨의 정계진출 때처럼 재계가 또 한바탕 정치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을 걱정하며 출마설이 현실화될 경우의 파급영향 등에 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삼성·럭키금성·현대·선경 등 대우그룹과 첨예한 경쟁관계에 있는 주요 재벌그룹들은 김 회장의 정치세력화가 자기 그룹에 미칠 이해득실을 따져보며 이 설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정보라인을 풀가동시키는 등 물밑 탐색전에 돌입했다.
이들 그룹은 김 회장의 그간의 은밀한 행적 등 나름대로의 정보를 근거로 그의 정치참여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김 회장의 정치참여에 대한 재계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타나고 있다. 「절대로 정치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시각과 「꼭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라는 두가지인데,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어찌됐든 환영할 일은 못된다는 단서를 달고 있는 입장.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정주영씨가 정치에 나갈 당시보다는 별로 당황해하지도 않고 시각도 상당히 부드러워진 느낌.
S그룹의 한 고위간부는 이와관련,결국 「제2의 정」이 나오는 셈인데,정씨가 정치에 나서 정치발전에 도움이 된게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며 반대견해를 명확히 했다. 이 간부는 특히 정씨의 정계진출이후 지난 총선때 재벌그룹들의 정치대리전이 극심했던 점을 지적,김 회장까지 나설 경우 재계의 사분오열은 불을 보듯이 예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또다른 S그룹의 핵심 경영인은 우리 경제가 이 꼴이 된 것은 낙후된 현실정치 때문이 아니냐며 경제가 잘되기 위해서는 정치쇄신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때묻은 기존 정치인들 보다는 차라리 성공한 기업인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씨가 정계에 나갈 때 재계에 풍랑이 일었던게 사실이지만 잠시 지나가는 일과성 동요였고 사실 재계에 큰 피해를 준 것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우그룹은 이날 회장의 대선 출마설이 나오자 임직원들이 크게 동요,그룹전체가 술렁이는 모습. 사무실·복도·화장실·엘리베이터 등 직원들이 모이는 곳마다 회장이야기가 만발하며 향후 그룹의 진로에 관한 불안감이 역력하 나타나고 있는 분위기. 회장이 정계로 나설 경우 그룹은 김준성 (주)대우 회장·이우복 그룹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가 될 것으로 보는게 관계자들의 지배적 견해. 이날 아침부터 그룹기조실 등에는 사실여부를 묻는 외부 전화가 빗발쳤는데 대부분 증권 투자자들로 대우관련 주식 폭락사태의 책임을 따지는 내용. 청와대 비서관을 사칭하는 전화도 있었고 다른그룹 정보팀의 문의전화도 있었다.
한편 최근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일부 사장들이 김 회장에게 정계진출설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달라며 되도록이면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만류했으나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끝까지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회장의 측근 참모들은 회장의 정치참여설을 강하게 부인하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의 대선 출마설과 관련해 재계의 또다른 관심은 김 회장 없는 대우그룹의 장래문제에 있다.
관계자들은 김 회장이 정치에 나서더라도 지난번 정주영씨 때처럼 대우그룹이 정부로부터 세무조사 등 정치적 탄압을 받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보고 있다. 통치권 누수기에 중립내각까지 들어서 대우그룹에 압력을 넣을 확실한 수단도,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에 의한 타격은 가해지지 않을 전망이지만 그룹 자체가 구심점을 잃어 일대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은 다분히 엿보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평. 지금껏 대우그룹의 성장이 조직력에서 보다는 김 회장 개인의 사업수완에 의존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김 회장 1인 경영체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김 회장의 역할과 비중이 거의 절대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룹의 큰 덩치에 비해 제대로 이익을 내는 기업은 불과 몇개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 계열사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 그나마 김 회장의 수완덕택에 지탱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더욱이 아직까지 김 회장의 바통을 이을 뚜렷한 후계체제마저 확립돼있지 않아 대우의 진로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여타 그룹과 달리 김 회장의 자녀가 갓 20대로 당분간은 2세 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어려워 향후 그룹의 경영구도와 위상을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관련 그룹측은 수년전부터 자율경영체제를 도모해와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룹내 인맥도 여러갈래로 나눠져 있어 아직 화학적 융합이 안 이뤄진 상태이다. 때문에 김 회장이 그룹을 떠나고 정치자금 부담까지 해결해야 할 경우 그룹의 존립자체가 위태로워지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의 정치참여와 관련된 미확인 루머들도 무성한데 이미 신당에 수천억원 규모의 정치자금을 댔다는 소문에서부터 김 회장이 재계의 여론을 살피기 위해 삼성 등 주요그룹 총수들과 일일이 만나 일부 회장들에게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는 내용들.
특히 H,D,S,A그룹 등 김 회장의 경기고 후배 중견그룹 총수들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반해 10대그룹내의 또다른 H,S그룹 등 친YS그룹 총수들은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며 정계진출을 극구 만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