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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당의 「입」이 왜 이리 험한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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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당의 「입」이 왜 이리 험한가(사설)

입력
199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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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지면서 각 정당간의 신경전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클린턴 편지」를 둘러싼 민자­민주당간의 설전을 비롯하여 국민당까지 끼어든 입씨름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정치의 수준이 한눈에 드러나는 것 같아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각당의 입으로 자처하는 대변인과 부대변인이 번갈아 나서서 발표하는 성명과 논평도 그렇고 대통령후보들이 직접 얘기하는 표현도 마찬가지로 너무나 원색적이고 감정적이다. 시정잡배들이 술김에 마구잡이로 뱉어내는 상소리로 착각할 정도의 표현도 있다. 상대방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여 화를 돋우게 하는 것 이외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 말투들이다.

「사기극의 소도구」니 「사기성 거짓말」이니 하면서 입에 담기 어려운 「사기」란 말을 함부로 쓰는가 하면 「양두구육」 「사대주의」 「정서불안」 「망언」 등 상대를 헐뜯는 극한적인 표현들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당을 대변하는 공인들이 성명 논평에서 쓰는 단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상식이하의 표현들이다. 상대의 약점이나 실수를 꼬집고 말꼬리를 잡아 비트는 식이다. 그렇게 감정싸움이 악화되다 보면 비열한 인신공격까지 나오게 마련이다. 이대로 계속 나가면 선거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흑색선전이 다시 판칠 가능성이 커진다.

가벼운 입씨름이 감정싸움이 되고 또 그것이 확대되어 인신공격으로,흑색선전으로 비화될 경우 선거판은 욕설판이 되고 만다. 모처럼 깨끗한 선거를 해보겠다고 정부와 유권자들이 벼르고 있는 마당에 정당이 스스로 나서 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런식의 구태의연한 정치 행태는 결코 득표에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 정치의식도 이제는 그런 정치인의 수준보다는 훨씬 높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때이르게 가열되는 저열한 정치극을 보면서 국민들은 지금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정치인의 자질문제를 새삼 제기하는 유권자도 있다.

아직 선거날짜도 잡히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신경전이 이처럼 격화되면 어떻게 되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국민을 성가시게 하고 걱정을 끼치는 정치인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대오각성해서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추한 싸움은 이제 그만 하겠다고 먼저 사과하는 편이 국민의 지지를 더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말을 정화해야 한다. 비방대신 점잖은 논리로 대결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선의의 정책대결에 전념하겠다고 국민앞에 다짐하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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