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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전 뒷전에 밀려 “졸속마감”/짧은 일정·겉핥기… 국감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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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전 뒷전에 밀려 “졸속마감”/짧은 일정·겉핥기… 국감 결산

입력
199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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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내각」 눈치보며 몸조심/민생보다 정치사안에 초점/증언거부·이석·서면답변·지자체 횡포로 “얼룩”14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24일 10일간의 막을 내린다. 이번 국정감사의 특징은 뒤늦게 출발해 짧게 끝났다는 점이다. 여기에다가 사실상의 대통령선거전이 진행중이어서 국회가 관심권의 뒷전으로 밀렸고 「9·18선언」의 여진과 신당 태풍 등의 뒤숭숭한 정국상황까지 겹쳤다.

국정감사를 시작한 정기국회는 여·야의 지자제 공방으로 원구성 자체가 3개월여 동안이나 늦어졌고 10개월여만에 재개된 「지각국회」였다.

따라서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국정감사 본래의 모습을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국회가 오랫동안 문을 닫고 있어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정감사가 이를 파헤치기는 커녕 제대로 다루기조차 역부족인 셈이었다.

국정감사에 임하는 의원들조차 감사 시작전부터 이번 감사의 한계를 인정하는 분위기였고 감사를 받은 행정부처 등도 이같은 점을 간과 했을리가 없다.

이번 감사를 놓고 「속기록 감사」 「통과의례 감사」 등의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회가 지난 10개월여동안 문을 닫고 있을 때 발생한 대형 쟁점들인 연기군의 관권 부정사건,정보사땅 사기사건,제2이동통신문제,영종도 신공항과 경부고속전철사업 등 국책사업에 대한 타당성 시비,간첩단 사건이 말해주는 대공수사 문제 등이 도마위에 오르긴 했지만 특별히 새롭게 조명된 대목은 별로 없다.

이번 감사가 대충 끝날 것이라는 점은 감사 시작전부터 예견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법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은 본회의 별도 의결이 없는한 국정감사가 정기국회 시작 다음날부터 20일간에 걸쳐 시행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공휴일이 아닌한 정기국회는 9월10일에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는 추석연휴 관계로 14일 개회되었기 때문에 국정감사는 15일부터 10월4일까지 실시되어야만 했다.

시기가 늦어지고 기간이 짧아진데다 뒤늦게 시작한 정기국회는 국정감사 준비보다는 상임위원장 선출과 상임위 배정 등 원구성에 우선 바빴고 이 바람에 자료제출 요구와 증인채택 결정이 소홀해질 수 밖에 없었다.

국정감사가 졸속으로 진행될 조짐을 보이자 지방자치단체는 실정법을 묵살해가며 자치단체에 대한 감사를 실력 저지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였다. 또한 증인이 증인 출석을 거부하는 일까지 생겨났다. 재무위에 증인으로 채택된 하영기 전 제일생명 사장은 와병을 핑계로 증인출석을 거부했다.

국회는 증인출석을 거부하는 증인에 대해 강제구인을 위한 동행 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고 고발조치를 할 수 있다.

감사장의 이석이 잦아 가까스로 의사정족수가 채워지고 질문만하고 답변은 서면으로 대체하는 불성실한 감사태도가 곳곳에서 드러났음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이번 감사는 「9·18선언」으로 인해 여·야가 따로 없는 헌정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치러졌다는 점이 또다른 특징이다. 그리고 각 정당이 모두 이번 국회가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라는 점을 의식해 몸조심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각당의 지도부는 감사에 나서는 의원들에게 위압적 감사를 하지말고 정책감사를 해달라고 지시했고 추궁형 보다는 대안제시형 방법을 주문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데다 「9·18선언」으로 중립을 표방한 공무원층의 표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어느 감사보다 한건주의의 폭로가 적었고 감사장의 분위기가 살벌하지 않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새로 부상된 쟁점으로는 「9·18선언」에 따른 공무원의 중립과 선거의 공정성문제 헌법재판소의 지자제 위헌여부 결정지연 건설부의 건영에 대한 특혜시비가 마사회의 경마부정사건을 들 수 있다.

또 관변단체의 선거간여 금지와 종합토지세제의 개선검토 추곡수매가 실질인상 가능성 등도 이번 국정감사가 얻어낸 작은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감사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감사의 성격을 띠었고 감사의 초점은 물가와 경제난 등 민생문제 보다는 대선의 공정성 확보와 중립내각의 공명선거의지 등 정치적 사안에 모아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중립내각 핵심부서의 소관 상임위인 법무 행정 내무 국방 문공위 등에서 이같은 쟁점들이 중점 거론되었다.

결국 이번 감사에서 소홀히 취급한 민생문제와 6공의 대형 의혹사건 및 국책사업의 타당성 여부는 새정권의 탄생이후 본격가동에 들어갈 다음 국회에 이월된 셈이다. 빠르면 내년 봄에 소집될 다음국회는 이번 감사의 미진한 부분까지 다뤄야만하게 됐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만 끝나면 14대 국회가 의회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등 막강해지리라는게 일반적 예상이어서 이번에 미처 손대지 못한 쟁점들이 사장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번 국정감사의 의미는 14대 국회가 첫 시운전해 보았다는데 있고 국정감사를 거르지 않았다는 상징성에 두어야 할 것 같다.<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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