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슬픔” “반성”/명확한 표현 우회/대중 새관계 모색 중점… 우호 강조【동경=문창재·이상호특파원】 아키히토(명인) 일왕이 23일 중국방문에서 중일 과거사에 대해 「깊은 반성」을 표시한 것은 일본측이 그간 사용한 사과성 발언보다 한단계 높은 외교적 수사로 평가할 수 있다. 일본은 2차대전의 피해국인 한국 중국 미국 등에 대해 「통석의 념」 「불행한 사건」 「불행한 전쟁」 등의 우회적 표현으로 일관해왔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 90년 5월 노태우대통령의 방일 당시 한일의 과거문제에 대해 『일본에 의해 초래된 이 불행한 시기에 귀국의 국민들이 겪으셨던 고통을 생각하며 본인은 통석의 념을 금할 수가 없다』고 알 수 없는 말을 했었다.
당시 그가 쓴 「통석의 념」이란 표현은 지난날 일본의 잘못된 행위를 시인하기는 커녕 한국민의 고통과 슬픔을 위로하는데도 미흡했었다는 논란이 한동안 지속됐다.
이에 반해 아키히토 일왕은 자신의 방중과 관련해 관심의 초점으로 부각됐던 대중국 사과발언에서 「통석」보다는 사과의 뜻이 진한 「깊은 슬픔,깊은 반성」이란 표현을 써서 사죄의미를 보다 명확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일왕은 이같은 표현을 사용한 배경은 일왕으로서는 「2천년만의 첫 중국방문」이라는 상징성과 일본문화 원류로서의 중국에 대한 배려,냉전종식후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정립이라는 복합적 고려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이번 발언도 보다 직설적인 사과를 기대했던 중국민으로부터는 미흡했다는 반응을 불러 일으킬게 분명하다.
다음은 아키히토 일왕이 이날 만찬석상에서 행한 답사의 요지이다.
『양국간 교류의 역사는 유구합니다. 특히 7∼9세기에 걸친 견수사,견당사의 파견을 통해 유학생은 오랫동안 중국에 머물며 열심히 중국문화를 배웠습니다. 양국교류는 이같이 옛날부터 오랜기간 평화리에 계속됐고,일본국민은 오랜 세월에 걸쳐 귀국의 문화에 대해 깊은 경의와 친근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 자신도 어린시절부터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또 독서를 통해서 자연히 귀국의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어린이용 삼국지에 흥미를 가졌으며 그 속에 나오는 백제성에 관한 「조선일제채운간」으로 시작되는 이백의 시를 알게 된 것도 소년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양국간의 긴역사에 있어 일본이 중국인에 대해 수많은 고난을 안겼던 불행한 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나에게 깊은 슬픔이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났을 때 일본국민은 그와같은 전쟁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깊은 반성에서 평화국가의 길을 갈 것을 굳게 결의하고 국가재건에 몰두했었습니다.
이후 일본국민은 세계각국과 새로운 우호관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귀국과의 사이에 있어서도 양국의 많은 사람들의 정열과 노력에 의해 서로 평화우호를 약속하는 관계가 생겨났고 광범한 분야에서의 교류가 깊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인류의 평화와 번영의 달성이라는 숭고한 이념을 향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양국민간 우호친선 관계의 진전은 커다란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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