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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더 잘하는 방법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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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더 잘하는 방법을(사설)

입력
1992.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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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정부 시정에 있어 위법·예산낭비·변칙·감독부실 및 태만 등 갖가지 잘못된 점들이 파헤쳐지고 있다. 국회가 그런대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감사활동으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저해한 중요비정이나 실정에 대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가 하는데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따라서 국회는 정부의 행정행위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견제,감시,감사할 수 있도록 국회활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이번 감사가 여러가지 제한된 여건을 지니고 있음은 인정한다. 14대 국회가 개원된후에도 일부 정당들의 보이콧으로 정기국회 회기를 무위로 소모한데다 대통령선거 관계 등으로 기간이 예년의 절반도 안되는 9일에 불과하고 감사경험이 없는 초선의원들이 많은 점 등이 그것이다. 외형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정부의 중립선언으로 종래의 여야관계가 없어져 모든 당과 의원들이 동일한 입장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지만 상당수 의원들의 태도는 별로 달라진게 없다 하겠다.

이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이 정부 공사의 고질적인 수의계약 병페,재벌그룹의 밀수행위,마사회비리,건영에 대한 불법 특혜시비,헌법재판소의 지자제단체장 선거 심리지연,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영종도 신국제공항 및 경부고속전철 등 국책사업 의혹 등 굵직한 비정내지 문제점들을 지적,추궁한 것은 평가할만하다. 특히 정부의 중립선언 의지를 존중하는 뜻에서 의원들이 인기를 의식한 판에 박은 폭로를 자제한 것은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의원들의 감사행태는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시기적으로 대선 준비활동이 겹치기는 했으나 각 상임위마다 겨우 성회가 될 정도이거나 회의중에 불과 몇명만이 자리를 지키는 것 등은 국민의 뜻을 저버린 직무유기임에 틀림없다.

또한 한준수 전 군수의 관권선거 개입 폭로사실을 가려내는 내무위의 충남도 감사에서 민자당 의원들이 일반 도정관계에 대한 지리한 추궁으로 초점을 흐리게 했다거나 보사위의 일부 의원이 허용기준치보다 16배나 넘는 호주산 밀 2천톤을 도입,시중에 유출한 사실을 엄중하게 추궁했다가 다음날 갑자기 추궁을 중단하고 입을 다문 것 등은 국민을 실망시키는 작태라 하겠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매년 정기국회 벽두 20여일간 실시하는 국정감사의 취지는 명확하다. 지난 1년동안 정부 시정의 적법여부와 권한남용 및 예산낭비 여부 등을 정확하게 규명,책임을 추궁하고 이를 토대로 새해 예산심의에 철저를 기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수박겉핥기식 또는 정부를 두둔하는 식의 감사를 하고,갖가지 문제들을 나열하는데서 그치고 말거나 정부로부터 「잘못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내는 정도만으로는 감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는 중요한 비정에 대해서는 그 때마다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진상을 완벽하게 파헤친뒤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장치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가 갖고 있는 귀중한 특별조사권과 증언·감정권이 여당내지 다수당의 무조건적인 정부비호로 한낱 장식물에 그치는 한 국회는 반쪽 구실 밖에 하지 못하고 국민불신은 더욱 가중되고 말 것이다.

정부가 중립을 선언하고 형식상으로는 여야당이 없어진 만큼,각당은 국정감사의 목적달성과 국회의 권위 확립을 위해서도 국정감사제도 운영방식의 근본적인 개선에 팔을 걷어 붙히고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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