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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곡수매 걱정/정종호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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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곡수매 걱정/정종호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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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부 공무원들은 요즈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양곡유통위가 건의한 추곡수매에 관한 대정부 건의안이 자신들이 바라던 방향으로 만들어졌지만 과연 이 건의안이 정부의 다른 부처에서도 환영을 받을 것인지,또 국회에서는 어떤 대접을 받을 것인지 마음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내용으로 봐서는 농림수산부의 안이나 다름이 없어 보이는 양곡유통위의 건의는 수매가 인상과 함께 내년부터는 정부 방출미 가격도 인상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동안 정부가 수매가는 매년 높여온 반면 방출가는 억제해온 바람에 쌀의 산지가격과 수매가 사이에 차이가 크게 벌어져 농민들은 농민들대로,정부는 정부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방출가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출가 억제로 인해 산지 쌀값이 낮은 상태에서는 수매가를 올려봐야 농민들에게는 별 실익이 없고 정부에도 막대한 수매재정을 요구하게 되므로 방출가를 인상해 산지 쌀값 상승을 유도하는 것이 농가소득 향상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매년 가중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농민들의 수매압력도 크게 덜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곡유통위(농림수산부)의 이같은 건의가 현실화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선 물가당국이 물가상승을 초래하는 방출가 인상을 쉽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양곡유통위는 방출가를 인상해도 물가상승에는 큰 영향이 없으며 또 있다 하더라도 쌀이 생계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되지 않으므로 방출가 인상에 따른 농민 소득증대와 양특적자 감소효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전체적인 물가를 책임지고 있는 쪽에서는 그냥 수긍하고 넘어갈 것 같지는 않다.

농림수산부가 정말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정치권의 대응이다.

해마다 표를 의식,수매가의 대폭인상과 수매량 확대를 요구해온 정치권에서는 올해는 소속을 가릴 것 없이 저마다 앞장서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대통령선거 때문이다. 물론 이들도 수매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매가 인상률은 비교적 낮추는 대신 방출가를 인상해야 한다는 양곡유통위의 건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진정으로 농민을 생각하고 국가를 생각하는 정치인들이라면 우리의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줄 것입니다』라는 농림수산부 공무원들의 희망이 헛된 바람이 될 공산이 크다. 나라전체가 온통 정치바람에 휘말려 있는 것이 요즘의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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