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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재벌들 언제 체질 바뀌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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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재벌들 언제 체질 바뀌나(사설)

입력
1992.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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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는 변혁을 요구한다.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세계적인 경제전에서 살아남자면 국민 경제의 총체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 새바람이 일어나야 한다. 물론 경제의 3위1체인 정부,기업,가계(근로자) 등 경제주채들이 달라져야 한다.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가 한국경제의 기관차인 기업 즉 재계의 탈바꿈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는 그래도 관주도형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경제의 운영은 구조의 고도화와 양적인 팽창으로 민간주도형으로 전환되지 않을 수 없는 과도기에 진입해 가고 있다. 또한 민주화 등 대내적인 정치발전과 「국경없는 경제」 등 국제경제 환경의 격변이 이러한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국민 경제의 흥망을 좌우하게 되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있는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크게 우려되고 있는 것은 재벌들을 믿고 따라갈 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재벌들이 과연 그 엄청난 과제를 성공적으로 맡아갈 수 있는 비전,역량,자세 등이 돼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에대해 지금까지 재벌그룹에 대해 품어왔던 회의를 떨쳐버릴 수 없다. 재벌들은 너무나 이기적이고,편의주의적이고,중상주의적이다.

좋은 예가 정부가 추진해오고 있는 경제력 집중의 완화에 대한 부단한 도전이다. 사실상 이를 무력화 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재벌들의 전 근대적인 독점 자본주의적인 속성은 제동없이 뻗어만가고 있다. 여신관리 규정의 강화,상호지급 보증의 축소 등 정부의 억제 노력을 비웃듯이 재벌그룹들의 문어발식 확장은 자제를 모르고 있다.

은행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50대 재벌그룹중 19개 그룹이 지난해 1월부터 올 8월사이에 37개 계열사를 새로 설립했다. 삼성그룹(6개사),선경그룹(5개사)을 비롯 동양,금호,서통 등 5개 그룹은 3개사 이상을 확대했다. 우리나라 재벌그룹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세계적 기업 하나도 없이 그저 업종확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세계시장에서 싸워 이겨나갈 생각은 안하고 손바닥만한 좁은 한국시장에서 상호 경쟁한다.

업종다변화뿐 아니라 경제의 동맥이라는 금융의 지배를 겨냥,제1,2금융권 등 금융주도 상당히 보유하고 있다. 30대 재벌이 소유하고 있는 금융기관 주식은 1억5천만주,시가로는 2조원에 달한다. 1개 그룹의 주식소유가 자본금의 8%로 제한된 시중은행을 제외한다면 30대 재벌의 금융기관 주식지분은 45%에 이른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은 은행의 명실상부한 민영화를 주장했다. 합리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상호신용금고 스캔들에서 나타나듯 대주주의 편중대출 등 비리의 자제를 누가 보장할 것인가. 한국 재벌들도 이제는 대국적인 차원에서 국민경제의 이익과 부합되게 그들의 경제논리를 수정,근대화해야 할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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